민간보육시설 운영 투명성 확보 시급

보육행정 진단과 개선대책 절실

 

보육교사의 임금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간식비를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킨 부평1동 소재 ○○꽃동산어린이집이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지난 21일 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을 경영하고 있는 법인체가 ‘법인 이사회 결과 어린이집을 폐원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20일 구에 전달했다.
구 관계자는 “법인 이사회에서 어린이집을 폐원키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아직 남아 있는 원생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실제 폐원은 일주일 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1월 12일자>
이번 우리 구 어린이집 사건은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린이집을 폐원시켜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대로 폐원 결정으로 일단락 됐지만, 민간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관할 행정기관이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제대로 점검하고 지도하기란 불가능함을 보여줬으며,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보육교사가 직업 자체를 포기하는 등 피해를 감수하며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부정과 비리를 들춰내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이는 가장 일선 기관인 구의 보육행정에 대한 진단과 개선 대책이 절실함을 대변해주고 있다.

 

공무원 4명이 307개 보육시설 관리?

현재 우리 구에 등록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307곳이며, 구가 정부를 대신해 관리하는 보육료 감면 혜택 대상자만 3천여명에 이른다. 이들 보육시설에 대해 구가 1년에 한 번 이상 지도·점검을 실시하도록 돼 있지만 관계 공무원만의 인력으로는 1년에 한 번 마치기도 빠듯한 실정으로 나타났다. 
구 여성과 보육행정팀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구는 4명의 공무원이 307곳의 보육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며 “여성부나 인천시의 경우 보육행정 예산과 인원을 충당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가장 일선 기관인 구는 예산이나 인원 등 모든 면에서 이를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구에서 어린이집에 방문일시를 미리 알리고 나가는 정기점검과 알리지 않고 방문하는 수시점검의 형태가 있지만 1년에 한 번 점검하기 바쁘다보니 수시점검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어린이집의 운영실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실제적인 점검은 사실상 어렵다. 동시에 수시점검을 한다해도 제대로 된 점검을 하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다.
구 관계자는 “미리 알리지 않고 어린이집을 방문할 경우 원장이 없으면 오히려 필요한 자료 등을 보지 못한다”며, 난감한 처지를 설명했다. 

 

시설 지도·점검 1년에 한 번도 빠듯
제출서류 확인이 전부

또한 인력부족 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에게 보육시설을 지도·점검할 권한과 의무가 있지만 감사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민간이나 개인사업장이 대부분인 보육시설 운영에 대한 세부사항을 자세하게 점검할 수 없으며, 보육시설에서 제출한 관련 서류만 확인하는 정도이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꽃동산어린이집의 경우 법인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교사 인건비 중 45%가 지원되는 데도 원장이 제출한 서류만 확인하기 때문에 담당공무원은 원장이 교사 인건비나 간식비를 횡령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 확인 역시 지난해부터 교사 인건비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통장 계좌이체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정부가 직급에 따라 월 8만∼15만원씩(지난해 월 5만) 지원하는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급여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공지대로 시행되는 지에 대해서는  제출 서류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는 현실이다.

 

원장만 알고 보육교사는 모른다?

더구나 구에서 발송하는 보육행정과 관련한 정책이나 제도 또는 시책 등 보육시설 관련 정보와 소식이 시설장에게만 일차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관계자는 “1년에 한 두 번 보육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며 “교육을 들으러 온 보육교사가 다른 보육교사를 통해 구에서 시설장들에게 전달한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를 간혹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 양심선언 하려면 직업 포기해야

○○꽃동산어린이집이 아이들 급식이나 간식이 형편없고 주방 위생과 교육환경이 열악한 상황임을 학부모들이 알게된 것은 자신의 인건비를 원장이 횡령했다는 것을 알게된 교사들의 양심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교사가 양심선언을 할 경우 다른 보육시설에서 고용하지 않는 게 하나의 통설처럼 여겨지고 있어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교사가 양심선언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장들이 연합회에 가입하고 있어 원장들끼리  서로 알고 지낸다”며 “아무리 바른 소리를 했더라도 문제를 일으킨 교사를 누가 받아주겠냐”고 반문했다.


민간보육시설 운영 투명성 확보 시급

보육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민간 운영 보육시설이 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비리의 온상이 되기 쉽고 급여 삭감과 퇴직금 미지급 등으로 교사들이 송사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는 일이 많다. 이로 인해 원생들의 정원초과, 간식비 착복 등 비리가 재발치 않도록 내부 감시망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난 16일 보육교사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올해부터 보육시설 ‘인증제’를 도입했다. 시설이나 교육과정의 프로그램이 기준에 미달하면 폐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로 평가기준이나 방법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실행할 일선 행정기관의 여건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믿고 아이 보냈는데, 이럴수가…” (200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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