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삐딱하게 들여다보기⑤

중세 유럽에는 ‘마녀사냥’이라는 게 있었다. 200년 이상 유럽 각지에서 창궐한 ‘유행성 마녀병’은 100만명 이상의 선량하고 무고한 부녀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마녀사냥’을 두고 후대는 인간의 광기가 빚어낸 끔찍한 재앙’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책에나 기록될 재앙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왜냐? 바로 오늘, 이곳 대한민국에서도 중세 마녀사냥을 꼭 빼닮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재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과 국가보안법. 그 닮은꼴을 찾아보자.

 

이성을 마비시키는 단 한마디 마녀 Vs. 빨갱이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가능케한주문은 ‘마녀’다. ‘마녀’라는 한 마디만 있으면 어떤 의문도 허락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문을 가지는 사람마저 마녀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은? 물론 국가보안법에도 ‘빨갱이’이라는 강력한 주문이 있다. 건국이래 100만명 이상이 ‘빨갱이’라는 낙인 하나로 죽음을 맞았다. 중세 유럽인들이 마녀의 실재를 믿고 이들을 처형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공동체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듯이, 이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빨갱이’의 존재와 이들의 위험성을 믿고 이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단되는 것을 지지하거나 방관해왔다.

 

고문이면 뚝딱 만들어지는 마녀 Vs. 빨갱이
마녀재판의 특징은 ‘고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 악마회의에 참석했다는 자백을 하기까지 이들이 얼마나 심한 고문을 받았겠는가? 게다가 누가 자신을 마녀로 안내했고 ‘악마연회’의 참석자들을 대라는 수사관의 요구와 고문은 곧바로 피의자의 입에서 수십 명의 연쇄적인 마녀를 끌어냈다.
국가보안법 역시 마찬가지. 국가보안법 피의자는 보통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도 ‘남산’ ‘안가’ ‘서빙고’ 등 특별한 암호로 기억되는 고문실로 끌려가 수사를 받는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피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구이는 물론이고 고문관의 성노리개로 만드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체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마녀 Vs. 빨갱이
중세 유럽의 ‘마녀’와 현대 한국사회의 ‘빨갱이’는 모두 사회의 질서를 전복시킬 위험이 있는 위험한 존재로 간주됐다. 그렇기 때문에 적발(?) 즉시 처형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녀’와 ‘빨갱이’는 바로 당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현대 학자들은 마녀사냥에 대해 중세 후기 사회 위기의 책임을 국가와 교회가 아닌 ‘마녀’라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에게 돌림으로써 체제를 유지하고 민중들 스스로 이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은? 분단 상황에서 북에 대한 경계심을 이용, 사회불안을 조장해 쿠데타 권력의 안정과 정착에 활용한 역사가 있다. 또 간첩사건이 자주 터질 때가 대체로 정권의 위기 혹은 교체기였다는 사실은 ‘빨갱이’ 역시 체제 유지를 위해 기득권 세력에게 필요했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 도움: 박원순 「서양의 마녀재판과 한국의 국가보안법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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