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새해 첫 상영하는 우리영화를사랑하는인천사람들

작년 1월 인천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의 성장으로 인천의 중소규모 극장들이 몰락을 거듭해 가는 가운데, 다양한 영화 보기의 권리를 빼앗기다시피 한 시민들이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을 시작한 것. 당시 멀티플렉스에서 단 1주일을 상영하고 자취를 감춘(!) 우리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상영으로 첫 발을 뗐다.


<여섯개의 시선> 상영을 계기로 시민들은 한 포털사이트에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인천사람들’(이하 우리영화모임)이라는 카페(http://cafe.daum.net/iccinema)를 만들고 상업논리에 묻혀 관객들과의 만남을 봉쇄당한 영화를 상영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매달 관객들이 놓친 아까운 우리영화를 선정, 한편씩 상영하는 것을 목표했지만 매달 1회 상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관객이 얼마나 들지 가늠할 수 없는 정기상영인지라 상영관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고 상영관이 있더라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필름과 감독을 섭외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매달 1회 정기상영이라는 목표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작년 한해 동안 우리영화모임은 <여섯개의 시선> 외에도 <선택>, <오구>, <송환>, <영매> 등 참신한 문제의식과 작가적 도전이 돋보이는 좋은 우리영화를 상영해왔다.
그리고 2005년. 우리영화모임은 새해 첫 상영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5일 동인천 애관극장에서 <마이 제너레이션> 상영으로 건강한 영화소비자 권리찾기운동을 뛰어넘어 인천지역의 문화운동을 새롭게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영화모임 카페 운영자 최경숙(아래 인터뷰 사진)씨를 만나 보았다.

 

 

새로운 문화운동을 시작하겠다

실체 있는 조직으로 변모, 지역 극장문화 바꿀 것

 


▷ 작년 1월 출범했으니 꼭 1년이 됐다. 그 동안의 성과는?

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영화소비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사회에 준 반향은 매우 컸다고 자부한다. 많은 영화팬들이 우리영화모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인천에도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올해부터 모임 성격이 달라지는 것인가?

영화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성격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체계 없이 모임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두루뭉실하게 모여 있던 것을 좀더 체계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모임 운영진들이 대부분 시민단체나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영화가 있어도 필름과 감독을 섭외하고 극장을 알아보는 데 발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올해는 좋은 우리영화 상영에 필요한 여러 실무에 전업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 계획이다.

▷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의 급성장으로 인천에 중소규모 극장은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성장이 영화소비자들의 층을 두텁게 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배급망이 단일해지면서 다양한 영화소비자의 욕구가 무시되는 부정적 측면도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CGV로 대표되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많은 상영관 중에 좋은 우리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극장 마케팅 측면에서도 우리영화모임과 협력하는 것은 매우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또 지역 영화소비자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중소규모 극장에게는 좋은 우리영화 상영이 생존의 활로를 찾는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영화모임의 향후 계획은?

매달 정기상영을 반드시 지켜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영화모임 운영진을 내실 있게 꾸리고 회원들의 질적 양적 확대를 꾀할 것이다.
좋은 우리영화 보기 운동은 단지 소비자운동이 아니라 지역의 영화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문화운동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영화모임의 발전이 인천문화예술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이 제너레이션> 관전 포인트


행복은 자꾸 비싸지는데, 우리도 꿈을 살 수 있을까?

 

병석은 장래에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할부로 구입한 카메라 빚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웨딩촬영 아르바이트를 한다. 연인사이인 재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딱히 일자리 없이 지내다 병석과 함께 쓴 카드 빚을 갚기 위해 사채회사 경리로 취직하게 된다. 그러나 재경은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하루만에 잘리게 되고, 병석은 형이 자기 명의로 몰래 빌려 쓴 380만원의 빚만 떠 안게 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재경은 다단계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사기만 당하게 된다. 가학적인 빚 독촉에 병석은 카메라를 팔기로 결심하고, 재경은 사기 당한 돈을 메우기 위해 카드깡을 하기에 이르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이 제너레이션>은 순 제작비가 3천만원밖에 들지 않은 디지털영화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소 몇 억이 드는 현실에서 이는 굉장히 놀라운 수치다. <마이 제너레이션>의 주연 배우 김병석, 유재경은 당연히 연기경험이 전무하지만 올해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평가에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노동석 감독은 단편 <나무들이 봤어>로 밴쿠버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이미 그 재능을 드러내기도 했다.

 

놓치지 말 것       ‘청춘의 조난 신호’라는 수식어가 제목에 붙은 <마이 제너레이션>. 노동석 감독은 이를 위해 잔고가 없어 돈이 나오지 않는 현금 지급기 앞에서 계속 버튼을 눌러대는 병석을 화면에 쓸쓸하게 담아낸다. 대다수의 20대 청춘들이 겪고 있을 현실적인 문제들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 그러나 우울하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동석 감독은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암울한 현실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주인공들의 삶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흑백이 주조가 되는 영화에서 병석이 들여다 본 카메라 속 세상은 총천연색인 모순 또한 놓치면 손해다.

 

   1월 25일(화) 저녁 8시 20분 / 동인천 애관극장
   상영후 감독과의 대화 / 상영비 : 5,000원  청소년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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