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시공사 태도에 더 불만



대형 할인매장 신축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계속되는 야간 공사와 소음을 견디다 못해 공사장 진출입로를 봉쇄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일대는 아파트 밀집지역임에도 도시계획상 준공업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탓에 주거지역보다 완화된 환경소음 기준을 적용받고 있지만 시공사 측이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최근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곡2동 롯데마트 산곡점 신축현장(산곡동 159-2) 인근 한화아파트 주민들은 18일 현재 공사장 진출입로 2곳에 화물트럭과 중장비를 이용해 차량 출입을 봉쇄한 채 야간작업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8일째 천막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민대표와 롯데 측과 면담을 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장마 속에서 농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롯데마트 신축공사를 맡고 있는 롯데건설 측이 오는 12월초 개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밤 9시 전후까지 공사를 강행하면서 소음 및 사생활 침해 등 심각한 생활불편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민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작업 시간을 오후 6시까지 단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건설 측은 지난 3일에는 밤 11시 20분까지 야간공사를 강행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롯데마트 신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유조훈 위원장은 “밤 10~11시까지 타워크레인이 불을 밝히고 공사하는 탓에 찜통 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했다”며 “오후 6시까지 작업하기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을 두 차례나 종용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일요일(10일) 밤 9시경에는 공사장에 불빛이 없는데도 청공 작업소리가 나서 현장을 둘러보니 불을 끄고 작업하고 있었다”며 “이대로 나둘 순 없다고 판단해 진출입로를 막고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몇 차례 야간공사를 했지만 여름철이라 일몰시간이 길어진데다 소음과 분진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타워크레인 작업 위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했기 때문에 주민들 주장처럼 생활에 커다란 불편을 끼쳤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6일에도 주민 민원에 따라 구청이 현장에서 실시한 소음측정 결과,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을 발생시켜 시정 명령을 받았다. 당시 측정된 소음은 76.2dB로 준공업지역 낮시간대 공사현장 환경기준치(75dB)를 초과했다. 이 일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점을 감안해 주거지역 기준치(70dB)를 적용할 경우, 실제 주민들이 겪고있는 소음피해는 훨씬 클 수 있다.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과도한 소음뿐 아니라 롯데건설 측이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더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유조훈 비대위원장은 “주거지로 보아야 하는데도 준공업지역이기 때문에 소음 등에서 법적 기준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공사를 밀어붙이다 보니 주민과 갈등이 발생하고, 주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공사하는 경우가 잦아 갈등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건물 철거 당시 현장소장이 작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다고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는 철거작업에만 해당하는 약속이었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마트 부설주차장의 지하화를 요구하며 신축을 반대하다가 올 4월 7일 신축 계획안이 부평구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에는 지하화 요구 대신 건물안전진단 및 환경 피해 대책 등을 놓고 2주에 한차례씩 조정회의를 벌이고 있다.

이 조정회의에서 주민들은 ▲주차장 진입로 방음벽을 마트 건물에 인접해 설치할 것 ▲마트 영업시간을 건축허가 설명회에서 밝힌 오후 11시까지로 할 것 ▲문화센터 공간 확보를 명문화할 것 ▲주차장 환기 배기구를 밀폐할 것▲허가난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현황측량을 실시할 것 등을 요구해 왔다.

<이승희 기자>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