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책위 ‘지하 증축’ 요구에 롯데 측 ‘비용·공사기간 증가로 어렵다’
주민대책위 2차 반대 집회 가져

산곡동 롯데마트 신축을 계획, 추진하고 있는 (주)롯데쇼핑과 이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간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관련기사 2005년 11월 2, 23일자) 
(주)롯데쇼핑이 산곡2동 159-52번지에 위치한 롯데슈퍼센터 건물을 허물고 지하2층 지상6층으로 롯데마트를 신축할 계획이 알려진 후 인근 한화아파트 입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유조훈)를 구성,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양측은 롯데마트 신축과 관련 4차례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조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따르면, 양측의 조정회의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는 롯데 측에 현재 지상 층 높이를 그대로 유지한 리모델링과 지하 증축을 통해 물류운반창고와 쓰레기처리장 등 혐오시설을 지하에 둘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하에 있을 암반 발파로 인한 소음 등 공사에 따른 민원은 추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의 요구에 대해 롯데 측은 비용과 공사기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는 11일 오후 3시 롯데슈퍼센터 앞에서 2차 집회를 개최, 롯데마트 신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주민 200명 가까이 모인 이날 집회에는 롯데슈퍼센터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신원하이츠 빌라 입주민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빌라 입주민 서정훈(54)씨는 “롯데마트를 신축할 경우 빌라는 사방이 꽉 막힌 독 안의 쥐 신세가 돼 빛을 전혀 볼 수 없게 된다”며 “특히 공사로 인해 건물 균열 등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 신축 설계 일부 문제점 지적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교통영향평가서나 설계도면 등이 공개되면서 비상대책위 측에서는 건축 설계의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새롭게 건축될 건물의 주차시설이 법정 200대이지만 800대의 주차시설을 둘 수 있도록 한 교통영향평가에 대해, 고객 중 다수를 차지하는 한화아파트 입주민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차시설이 과도하게 허용됐다는 주장이다.
또한 설계에 따르면 신축 건물의 최고 높이가 28.8m(아파트 12층 높이 상당)이지만 이는 주도로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도로보다 낮게 위치해 있는 한화아파트 지면을 기준으로 하면 건물 높이가 30m 이상이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건물의 일부분에 광고탑이 올라가게 계획돼 있고 그 높이가 43.3m에 달하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유조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조정회의를 통해 마트 신축과 관련한 교통영향평가서, 지질조사서, 일조권 관련 시뮬레이션 조사서, 변경된 설계도면 등을 롯데 측에 요구, 자체적으로 검토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건축 계획에 대해 심의하고 허가권이 있는 구청을 지속적으로 방문, 자체 조사를 통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민들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민들 비대위에 호응 늘어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신축 반대 활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한화아파트 입주민들의 호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유조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통반장 설명회를 시작으로 전체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반상회를 통해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반상회에 참석한 입주민들의 호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축될 롯데마트에 고층의 주차장 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모르고 거짓 소문에 의해 수영장이나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줄 알고 있는 입주민도 있었다”며 “소문의 진원지가 롯데 측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입주민들의 호응은 지난달 20일에 열린 첫 집회 때보다 2차 집회 때 더 많은 입주민이 참석한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한편 입주민들은 롯데마트 신축 설계에 따라 높이 28.8m(아파트 12층 높이 상당) 건물에 지상 3층부터 6층까지 800대의 차량을 수용하는 주차장이 설치될 경우 아파트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 침해 등의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건물 1층에 물류분리 창고와 쓰레기처리장, 화물주차장(8대)이 생겨 쓰레기 악취를 비롯해 주차장의 매연과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도로의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아파트 단지 안에 무단 주차하는 차량들도 증가해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 신축을 반대하고 있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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