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최경숙·우리영화를사랑하는인천사람들 카페 운영자

‘소피’라는 소녀가 있다. 아버지의 가게에서 모자 장식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소녀. 그녀가 사는 동네는 작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이 넘쳐나고 온갖 마법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퇴근시간을 넘기면서도 일하는 그녀는 별로 예쁘지도 않고, 인기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에 빠진 소피를 한 청년이 구해주는데 소피는 그가 유명한 마법사 ‘하울’임을 알게 된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그녀의 외모가 황무지 마녀의 저주로 18세의 소녀에서 90세의 노파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모를 가족과 동료에게 보일 수 없어 길을 떠나게 된다.
길을 떠난 소피는 스스로 움직이는 허수아비를 만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하울의 제자와 불의 악마 가르슈파를 만나게 된다. 소피는 아주 자연스럽게 불의 악마 가르슈파를 다스리며 그 집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고, 하울도 그녀를 인정한다.
하울의 성에서 소피는 많은 사건을 겪는다. 예쁜 여자의 심장을 노린다고 알려져 있었던 하울은 사실 아름답고, 전쟁을 싫어하는 마법사이며, 심지어 아주 연약하기까지 하다. 그런 하울에게 소피는 사랑을 느낀다.
주인공 소피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소심하지만 큰 일이 닥쳐도 잘 견뎌내고,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마음을 다해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그녀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모험을 하며 스스로를 변화시켜 간다는 것이다.
아흔살 노파가 돼버린 열여덟 소녀 소피는 사실 노파와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전쟁에 지친 세계를 보게 되고, 자기 운명을 내던지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하울을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젊음을 되찾게 된다. 황무지 마녀의 저주는 그녀가 절망하고 포기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도전하고, 용기를 얻고 소중한 것을 버려 남을 도울 때, 사랑할 때 점점 그 효력을 잃는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그녀의 외모가 시시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란 늘 두려운 것이다. 때로는 나의 나약하고 추악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소중하다고 여겼던 것을 버려야 하기도 한다. 흑과 백으로 구분했던 것이 새로운 하나로 다가오기도 한다. 바뀐 현실에 집착하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발견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감독은 우린 원래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토닥이며, 네 심장을 식히지 말라고,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타이른다. 설사 그것이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영화 중반 이후부터 인생의 대선배에게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충고를 들은 듯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쉽게 상처받고 있지 않은가, 내 상처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돌진하다가 외면한 어떤 심장은 없는지, 무겁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는 내 마음은 아프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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