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실태 의식조사, 청소년 인권침해 심각성 드러내

인천지역 청소년인권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내일청소년생활문화마당(대표 민영환 신부)은 지난 10월부터 2달에 걸쳐 인천지역 중고등학교 49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장과 두발의 자율성 거의 보장 안 돼

우선 청소년들의 다양한 권리 항목에 대해 많은 학생이 꼭 필요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그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에서 가장 보장되지 않는 권리는 복장과 두발에 대한 자율인 것으로 드러났다. 각각 73%, 87%의 학생들이 복장과 두발을 자유롭게 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현재 학교에서는 복장은 72%, 두발은 74%의 학생들이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사로부터 인권침해 가장 많이 받지만,

불이익 당할까봐 속앓이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가장 많은 인권침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교 내 어떤 관계에서 가장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는가’ 묻는 질문에 ‘선생님’이 33%, ‘학교행정질서’가 17%, ‘또래친구’가 12%로, 교사로부터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권침해에 대한 대처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그냥 지나친다’는 대답이 48%로 가장 많이 나왔다. 그냥 지나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바뀌는 것이 없어서’가 39%, ‘불이익을 당할까봐’가 29%로 인권침해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학생선도규정 학생의견 수렴해 만들어야

학교교칙(학생선도규정)과 관련 대다수의 청소년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학생의견 반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해 민주적 교칙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선도규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78%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학생의 의견 반영이 없어서(63%), 너무 억압적이어서(28%)라고 답했다. 이 결과는 학생들이 자신이 지켜야 할 규범은 자신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회, 학생대표기구 역할 의구심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 반영하는 대표기구가 돼야 할 학생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회가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기구라는 답이 42%로 가장 많이 나왔으나 교칙에 의해 모양새만 갖춘 형식적 기구라는 의견도 26%라는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또한 학생회의 의결사항에 대한 주제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경향이 60% 이상이나 되면 학생회의 의결사항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답도 50% 가까이 나와 아직까지 학교에서 학생회가 제자리를 잡고 있지 못함을 드러냈다.

 

인권의 사각지대 학교, 청소년 인권교육 시급하다

 

이번 조사결과는 청소년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소년 인권교육이 얼마나 필요한가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79%의 학생이 인권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다고 답한 이번 조사결과 대로 실제 학교에서는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권을 존중받으며 자란 청소년들이 어른이 돼서도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인권을 지키는 것은 미래 우리사회의 인권을 키우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내일 청소년생활문화마당 관계자는 “청소년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학교마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제대로 인권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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