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며 노래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합니다”
“굶으며 노래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합니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05.01.05 12:3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 중인 ‘아름다운 청년’ 가수 고려진씨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는 1만여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서너살 된 꼬마아이부터 칠순 노인의 손에 들린 그 촛불들은 하나같이 외치고 있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보안법 끝장 촛불대행진이 있던 날. 이날 무대 위에서는 개그맨 노정렬이 도올, 박정희, 김대중 등 유명인사(?)의 성대모사를 하며 사회를 진행했고 많은 연사들과 민중가요 가수, 춤꾼들이 차가운 밤바람을 쫓아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했던 많은 가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아름다운 청년’이 가장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이날 부른 노래 ‘이번엔 반드시’의 메인 보컬이었던 고려진(30)씨 때문.
‘국가보안법 철폐’라고 쓰여진 연두색 조끼를 입은 려진씨는 일주일 가까운 단식으로 안색은 파리했지만,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보통 사람도 무대에서 노래하려면 평소보다 힘이 드는데 일주일을 굶으며 오죽할까. 그러나 려진씨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힘 있는 목소리로 이날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시민들은 노래 이상의 뭉클한 감동이 있는 그이의 노래에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답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매일 두 차례의 국회의사당 앞 집회, 한 차례의 광화문 촛불집회를 하는, 보통사람도 견디기 힘든 단식농성단의 하루 일과. 거기에 려진씨는 때때로 노래를 불러 함께 단식하고 있는 농성단과 집회에 참여한 이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굶으면서 노래하려니까 몸이 힘들긴 해요. 하지만 언제나 노동자, 농민, 이 땅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을 노래하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제 위치가 불편했는데, 지금은 함께 굶고 함께 농성하면서 그들을 위한 노래를 하니 오히려 기운이 나요. 굶으면서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2000년 아름다운 청년 첫 음반작업부터 가수생활을 시작해 이제 5년차 가수인 고려진씨. ‘아름다운 청년’은 언제나 소외받는 이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현장으로 달려가 일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세상, 평화로운 통일세상을 노래해왔다. 려진씨 역시 5년 동안 숱한 파업현장과 집회현장, 단체의 모임 자리에서 그들의 힘을 돋우는 노래를 불러왔다. 이번 단식농성을 거치고 나면 앞으로 그가 부르는 노래는 더욱 깊어져 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제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그와 농성단들의 바람이 이뤄져 빨리 단식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