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2동 천마청소년피시(PC)방 양명자 실장의 청소년 사랑

 

산곡2동 무지개아파트 뒤편에 위치한 천마경로당(산곡동 254-7번지) 2층에 위치한 천마청소년 피시(PC)방.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밝고 인자한 인상의 한 할머니가 반갑게 맞는다. 넓지 않은 공간의 벽을 따라 늘어선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은 제각각 게임에 열중이다.
여느 사설 피시방과는 달리 창을 통해 햇볕이 드는 환한 분위기에 실내 공기가 맑고 창가 쪽에서는 가습기가 김을 내뿜고 있어 쾌적한 분위기다. 

산곡2·4동 새마을금고(이사장 김종봉)가 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이곳 피시방은  동네 청소년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지난 2002년 7월 문을 열어 하루 평균 학기 중에는 30여명, 방학중에는 60∼70명의 청소년이 찾을 정도로 동네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천마청소년피시방이 동네 아이들로부터 각광을 받기까지 피시방을 관리하고 운영해 온 사람은 양명자(65)씨. 청소년들로부터 ‘할머니’가 아닌 ‘실장님’으로 불리는 양씨는 2002년 10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10시 문을 열고 오후 5시 30분 문을 닫기까지 양 실장은 이곳 피시방에서 동네 청소년들과 함께 지낸다. 아이들에게 자리를 배정해주고 이용제한 시간 1시간이 지나면 다른 아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기본적인 일 외에 양 실장의 손길은 피시방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손수 찍은 수 십장의 사진이며,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바둑과 도서를 구비해 놓은 것하며,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눈 건강관리 강좌를 진행한 것 등 양씨의 아이들 사랑은 남다르다.
또한 빠질 수 없는 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양 실장의 노력.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의 사진도 벽에 붙여놓고 차림새 또한 신세대 감각에 맞추려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컴퓨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아이들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차비 정도 나오는 봉사료로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를 사다먹고 음료파티도 연다.

그러나 양 실장이 아이들에게 마냥 너그러운 것만은 아니다.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절대 금물. 또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들 걱정을 많이 해요. 피시방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부모들이 저희 피시방에 직접 와보게 해요. 한번 왔다 가면 안심하죠. 그 후로 어떤 부모는 전화로 자기 아이가 피시방에 와 있는 걸 확인하고 안심하기도 합니다.”
양 실장의 이러한 노력은 몇몇 부모가 음료수를 사들고 피시방을 방문하게 만들었으며, 아이들 이용이 없는 아침시간에 동네 엄마들이 와서 컴퓨터도 이용하고 차도 마시게 됐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기 때문에 이곳 피시방과 청소년들에게 정을 붙이고 산다는 양명자 할머니. 오늘도 피시방을 찾는 동네 아이들을 대하는 양 실장의 눈빛에서 아이들 사랑과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보게 된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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