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고가교 밑에서 6년 동안 채소 장사 천춘애씨

 

저녁 반찬거리를 사 가지고 가는 동네 손님에게 손수 재배한 호박이라며 은근슬쩍 덤으로 넣어주려는 아주머니와 받지 않으려고 극구 사양하는 손님 사이에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진다. 결국 호박을 넣어주는데 성공하고 돌아서며 “그동안 도와준 사람들에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지” 하고 혼잣말을 하는 천춘애(55)씨는 부개역 송신고가교 밑에서 채소와 과일장사를 하고 있다.
차 한 대 남짓 주차할만한 좁은 공간에 자리 잡은 지 6년째.
고가 옆으로 지나는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소음으로 목이 쉴새없이 아프고 귀가 멍멍하고, 하루종일 불편한 자리 탓으로 허리도 아픈지 오래지만 이곳은 천씨의 소중한 일터이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고 길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규모의 가게가 생겨나고 급기야는 IMF가 터지면서 가게문을 닫았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잡은 곳이 바로 이곳 고가교 밑. 처음에는 고구마와 양파, 감자를 팔기 시작해 지금은 각종 채소와 제철 과일을 갖춰놓고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인근 공터 부지를 이용해 직접 키우고 수확하는 호박이며 미나리, 상추 와 직접 담아 내놓는 오이지와 된장과 청국장도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이 계속 찾고 있는 인기품목이기도 하다.
비록 고가 밑 작은 공간에서의 장사지만 채소와 과일 가격이 조금 비싸도 싱싱하고 좋은 것을 가져와 구입한 손님들이 먹어보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천씨 나름대로의 장사 철학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주위에서 목재를 구해와 바람막이 할 셈으로 주변를 둘러막고 낡은 의자 몇 개를 마련해 놓은 천씨의 자리는 인근에 사는 할머니들이 날마다 방문해 함께 채소도 다듬으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조만간 닥쳐올 겨울, 추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에도 작은 난로 하나에 의지해 장사를 해야하는 천씨. 앞으로 작은 가게 하나 장만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천춘애씨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의 이웃이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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