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부평구민상 효행상 수상자 박순영씨

치매 시어머니께 지극 정성...통장으로 동네일에도 적극



“같이 사니까 당연한 도리 아니겠어요. 상 받을 자격이 안 되는데, 마음의 짐이 더 무거워진 기분이네요”

10월 1일 14회 구민의 날을 맞아 효행상을 수상한 박순영(58)씨의 소감이다. 박씨의 삶은 결혼해서 시부모를 모시고 딸 아들을 낳아 기르고 했던 우리들의 평범한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스스로 위하거나 내세우기 싶지 않았을 것을 짐작하니 이번 수상이 더 값진 것 같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박씨는 26세인 1973년도에 결혼해 부평사람이 됐다. 그 때부터 남편(유영수씨·64)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시댁(부평남부역 앞)에서 시어머니(90)와 함께 살고 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나서도 또 일을 하고, 두 딸은 결혼해 출가하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막내아들(28)은 최근 취업했다.

때문에 거동을 못하고 쓰러져 있는 시어머니를 보기가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시어머니는 손과 발을 못 쓸 뿐 아니라 거의 정신을 놓고 있는 상태다. 치매가 온 5년 전만해도 혼자서 식사를 하고 앞마당을 거닐 정도였는데, 올 1월초 다시 쓰러졌다. 한 달 전부터는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두유만 억지로 떠넘길 정도이다 보니 앙상한 뼈만 남았다. 박씨는 자꾸 야위어만 가는 시어머니를 보고만 있으려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는 사랑방 구실을 했어요. 대문을 24시간 열어 놓고 살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어머니가 편찮으시고 다른 어르신들도 이사 가고 돌아가시고 해서 예전 같지 않네요. 맛난 것을 해드리고 싶은데, 돌아가시면 좀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시어머니가 정정하실 땐 집안일을 해 주셔서 1990년부터 통장(부평6동 3통)을 맡아 동네일도, 봉사활동도 맘 편히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같은 동네에 사는 손아래 동서가 와서 2~3시간씩 어머니를 돌봐주는 덕에 바깥일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저녁에는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어머니의 등창을 치료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준다.

박씨는 시어머니가 쓰러지고, 그리고 효행상을 타면서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친할머니(당시 101세)를 극진히 모셨던 친정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

“친할머니가 쓰러지셨을 때 친정아버지는 9년 동안 옆에서 직접 모셨어요. 농사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고, 고기가 없으면 물고기라도 잡아와 해드릴 만큼 지극 정성이셨죠. 아버지에 비하면 내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친정아버지가 안성에서 세 차례나 효행상을 받았으니 박씨의 이번 효행상 수상은 대를 이은 셈이다. ‘이왕 가실 거면 더 고생하지 않고 편히 가셨으면 한다’는 박씨. 이제 바람은 자녀들이 올바르게 살고 사회봉사를 많이 했으면 하는 것뿐이란다.

‘큰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남에게 피해 안주고 베풀며 사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며,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살고 싶다’는 박씨에게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평범한 삶에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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