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2동 한화정무체육관 유남길 관장
7년째 혜광학교 방문해 태권도 지도


 
▲ 유남길 관장(오른쪽)과 함께 2년 전부터 혜광학교 태권도 수업을 돕고 있는 권정복(왼쪽·산곡동 우성5차 엘리트체육관) 관장.  


지난 7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자 산곡2동 부마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한화정무체육관의 유남길(37) 관장은 도복을 차려 입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십정동에 있는 시각장애인학교 혜광학교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유 관장이 학교에 도착해 건물 지하에 있는 체육실로 내려가니 열 댓 명의 아이들이 먼저 내려와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얘들아 모이자. 정훈(가명)이 삼 대 칠 머리 멋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지만 유 관장은 목소리로, 손길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개학해서 좋아요” “네. 좋아요” “자, 그러면 공포의 스트레칭부터 합시다” 동작이 어설퍼 보이지만 유 관장의 안내와 구령에 맞춰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방학 동안 몸이 굳어서 그런지 몸을 굽히거나 펼 때마다 ‘으으’ ‘아아’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온다. 몸을 풀고 태권도 동작 몇 가지를 하고, 다시 몸을 풀었는가 싶더니 수업시간 45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이날 태권도 수업에 앞서 유 관장을 기다리다 만난 하성숙(여·55) 교사는 “시각장애 아이들이 학원을 가기는 참 어려운데다가, 학원에서도 가르치기 어려워 받아주지 않는다”며 “6년 동안 빠지지 않고 태권도를 가르쳐 준 정말 고마운 분”이라고 유 관장을 소개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 관장이 혜광학교 아이들과 이렇게 피부를 맞대고 호흡을 같이한 것은 올해로 7년째다. 유 관장이 운영하는 체육관 학부모가 혜광학교에 근무하는 바람에 연을 맺게 됐다. 처음에는 유치부 8명으로 시작했고, 3년 되던 해부터 유치부와 초등 1~3학년은 화요일에, 초등 4~6학년은 금요일에 수업한다.

유 관장이 아무런 대가가 없는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학교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고마워하거나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런 무덤덤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숱한 자원봉사자들이 스쳐지나갔고 한 달, 두 달도 안 돼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처음에 유 관장은 못할 거라고, 그래도 하겠냐는 물음을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유 관장은 거의 거르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왔다. 

“막상 하려니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유 관장이 말하는 ‘요령’은 기술이 아닌, 아이들을 이해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깨우쳤음을 말한다. 

학교에서 준 시각장애인에 대한 책과 아이들에 대한 교사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이 공간적 제약을 많이 받아 활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연성을 길러주기 위한 스트레칭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성격과 질환을 알다보니 운동할 때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됐다.

아울러 시력 대신에 청각이 많이 발달해 암기력이 좋고 외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동작을 반복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처음에 가졌던 측은지심도 사라졌다. 그리고 이러한 보람은 1년에 한 번 있는 발표회에서 극에 달했다. 아이들이 가족이나 교사들 앞에서 어렵게 배운 태권도를 선보일 때 눈물 없는 유 관장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혜광학교 아이들과의 만남은 오히려 유 관장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체육관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고, 마음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스승의 날에는 반주기를 가지고 체육관을 찾아와 ‘스승의 노래’를 불러준 혜광학교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유 관장. 그는 시각장애 아이들과 함께한 6년의 시간이 살면서 무엇이 소중한 지를 그에게 던져주었다고 말했다.


 
▲ 혜광학교 체육실에서 태권도 수업중인 4~6학년 학생들. 앉아서 발차기 동작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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