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 한근노씨

산곡3동의 한근노(52)씨는 인천교통공사에서 장애인콜택시 제도를 첫 시행하던 6월 5일부터 석 달 남짓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로 살아왔다. 개인사업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게 되면서, 비록 전보다 수입은 훨씬 줄었지만 마음만큼은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었던 오래 전 바람이 조금이나마 이뤄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석 달 전 처음 장애인콜택시 핸들을 잡을 때만 해도 지체장애로 말이 어눌한 손님과 의사소통조차 어려워 곤란을 겪은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한씨는 종이와 펜을 꺼내 글씨로 소통을 하면서도 손님과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장애인콜택시 기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높아졌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데 장애인, 비장애인 차이가 있나요? 조금 더디더라도 마음으로 대하면 그만큼 통하게 돼 있죠. 장애인콜택시 기사는 마음자세부터 다른 직업과는 달라요.”

장애인콜택시는 1·2급 중증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이 병원 한번 가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들이다. 특히 기력 없는 노인인 부모의 힘을 빌어야만 이동이 가능했던 젊은 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가 생긴 뒤로 불효를 면하게 됐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사실 노인들이 체중이 꽤 되는 젊은 장정을 옮기고 나면 허리와 관절에 무리가 가서 앓아눕는 경우도 종종 있었단다.

“장애가 중증일수록 병원에 갈 일은 많은데 병원 가긴 더 힘들잖아요. 장애인콜택시 생기고 병원 가기 좋아졌다고 고마워하시는 분들 뵐 때마다 제가 오히려 더 고마워요.”

배려와 봉사가 선물한 백만불짜리 미소


하루 8시간 3교대로 일하는 장애인콜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많으면 11건, 보통은 6~7건 정도 승객을 태운다. 승객이 있는 곳까지 데리러 가서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길에서 승객을 태우는 일반 택시와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동안 스무 번 정도 승객을 태우는 셈이다. 그래서 손님이 많은 날엔 화장실 갈 시간도 나지 않을 정도라고.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한씨는 얼굴에서 미소가 가실 때가 거의 없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친절한 미소를 얼굴에 새기고 태어난 사람 같다. 하지만 젊은 시절엔 항상 근엄한 표정이어서 친한 친구들조차도 어려워할 때가 많았던 사람이었단다.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면서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배려하고 신경 쓰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부드러운 미소도 선물 받은 것 같다는 한씨.

특히 나이가 들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크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한번은 연세 드신 어르신이 택시를 탔는데, 중증장애인으로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도 “나보다 불편한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이렇게 싼값으로 택시를 타는 게 미안해서 앞으로 (장애인콜택시) 못 타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 배려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가리지 않고 먼저 남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세상이 좀더 살기 좋아지지 않겠어요?”

오늘도 ‘배려’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싣고다니며 장애인의 손발이 되고 있는 한근로씨의 백만불짜리 미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척박한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환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이용방법
·운행시간 : 06:30~22:30
·승차가능시간 : 07:00~22:00
·예약접수시간 : 06:30~21:00
·이용요금 : 일반 택시요금의 약 40%
·운행지역 : 인천시내 및 경계 시 
·예약전화 : 157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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