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생협의 대표 상품은 ‘사람’이고 ‘관계’
푸른생협의 대표 상품은 ‘사람’이고 ‘관계’
  • 이영주기자
  • 승인 2006.09.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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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른생활협동조합 김성기 상무


때만 되면 어김없이 터지는 학교 급식 파동, 잊을 만하면 뉴스를 장식하는 음식물 파동… ‘위험천만한 식품들로 가득한 사회’ 대한민국에 ‘푸른’ 신호등을 밝히는 곳이 있다. 올해로 14년차가 된 중견 시민단체, 푸른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하 푸른생협)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푸른생협의 생산자-소비자 직접 거래 방식은 방부제와 농약에 찌든 식품들 틈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확고한 신뢰를 심어줬다. 또 조합원들이 단순히 식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부 활동을 통해 부모교육, 농촌체험, 환경연구, 대안교육 연구 등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푸른’ 기운을 뻗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21세기형 생활 시민단체라 할 만하다.

푸른생협의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무이자 인천에서 처음 푸른생협을 만들었던 김성기(47)씨를 만나 푸른생협의 푸른 이야기, 그리고 생협 활동가들의 푸르기 위한 몸부림(?)을 들어 보았다.


▲ 푸른생협 김성기 상무.

뭣 모르고 뛰어든 생협운동, 어느새 14년

광주에서 태어나 80년대 인천에 직장을 잡으면서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에서 활동하던 김 상무는 1992년 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 함께 활동하던 동지들과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끝에 생협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생활로부터 시작하는 민주화,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민주화를 채울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상무는 1993년 4월 푸른생협 출범 이후 하는 일 족족 시행착오였다고 고백한다.
“뭣 모르고 덤볐다가 큰코다친 셈이죠. 그렇게 부족하게 시작했지만 지역의 종교계 어르신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무엇보다 열성적인 조합원이 있어 14년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출범 14년차인 푸른생협의 조합원은 5,800여명. 상당한 규모다. 더구나 웰빙열풍에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30~40%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 푸른생협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좋을 수치다.


웰빙바람에 잘 나가는 생협, 지금이 바로 위기


그러나 김 상무는 어느 때보다도 잘 나가는 지금이 바로 위기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대중들에게 생협이 오로지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로만 인식된다면, 생협은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대기업들이 유기 농산물 유통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규모만 보더라도 경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죠. 이럴 때일수록 생협은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포함된 조합원들이 더불어 도우면서 이익을 도모하는 조합 정신에 충실해야 합니다”

김 상무는 지금껏 자신이 먹을거리를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 땀 흘려 농사짓는 농부들과 그 생산물을 고맙게 먹는 소비자들의 1차적 관계를 만드는 게 생협의 몫이라 생각했다. 자신들이 농산물을 구입하는 게 희망을 잃어 가는 농촌을 살리는 일이라는 점에 보람을 느끼는 소비자,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 그들이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푸른생협의 대표 상품은 ‘사람’이고 ‘관계’


▲ 푸른생협 생산지 견학.


지금 푸른생협 조합원들은 어렵고 긴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 주제는 ‘푸른생협의 10년 비전’이다. 김 상무의 고민도 바로 ‘10년 비전’에 맞춰져 있다.
“조합원이 늘어난 만큼 조합원들이 생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다양해졌습니다. 설문조사를 했더니 우리농촌살리기, 환경운동, 대안교육,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 등 가지각색이더군요. 이제는 조합원들의 지혜를 모아 생협의 공동체정신을 살리면서 대중들에게도 매력적인 10년의 비전을 만들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상무는 푸른생협의 10년 비전을 위해 자신부터 바꿀 생각이다. 세상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새로운 비전에 걸맞은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속다짐을 하고 있다.
“14년 생협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움직일 때 세상은 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를 만드는 활동가로 살고 싶고, 그런 관계들을 유통하는 생협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 상무의 ‘푸른 포부’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푸른생협은...

  

생활에서 필요한 여러 요구를 협동의 힘으로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한 소비자 협동조합이다. 특히 안전한 먹을거리 공동 구입 사업을 통해 우리 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을 소비해 척박한 땅을 살리고, 농민의 생산과 생활을 보장하며, 소비자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3년 4월 출범했으며, 조합원 및 어린이 문화교실, 조합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생협월요포럼’, 문화센터 개설 등 다양한 지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에 사무실이 있고, 1994년에 연수구 매장, 2003년에 남동구 매장, 2005년에 부평구 매장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 : http://www.pureun.or.kr

부평구 매장(부평1동 543-67) : 525-5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