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노조로 묶어 권리 찾을 터”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 아침,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지부장 황영미)를 찾아갔다.
대개 노조 사무실 하면 사업장의 한 구석에 둥지를 틀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성노조 인천지부 사무실은 조합원들의 사업장과는 동떨어져 있다.

부평4동 성당 교육관 옆에 위치한 로얄플라자라는 건물 8층의 한 구석에 있는 사무실이 여성노조 인천지부 600명 조합원의 사무실이다. 이곳에서 황영미 지부장을 비롯한 4명의 상근자가 일을 하고 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상근자들·왼쪽부터 황영미 지부장, 김미영 사무국장, 정남 법규부장, 안현녀 조직부장    ⓒ이승희


“처음에는 남구 도화동의 한 주택을 노조사무실로 썼어요.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여기서도 조합원들이 수다를 떨며 친정집같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무실이 좁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수다를 떨다가도 상근자들의 일에 방해가 될까봐 조심하는 눈치에요. 그래서 전기판넬을 깔아 방 하나를 따로 만들었어요”

김미영 사무국장의 손길을 따라가보니 사무실 한켠에 밀폐된 작은 방 하나와 식당이 있었다.
때문에 조합원들의 만남은 주로 사무실 밖에서 이뤄진다. 매달 조합원 만남의 날을 통해 야유회, 캠프, 송년회 등의 행사를 갖고 연령대별, 취미별 모임도 갖는다.

대학, 법원, 검찰청 청소용역분회 등 사업장 단위로 분회를 구성한 조합원들은 분회모임을 갖고, 학교 과학실 보조원, 영양사, 급식사 등은 분과모임을 통해 여성학이나 육아 교육도 진행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연속


1999년 창립, 70여명으로 시작한 인천지부는 현재 600여명의 조합원이 한 식구가 됐다.
거의 10배 가까이 성장한 이 과정은 한마디로 투쟁의 연속이었으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찾는 여정이었다.

상근자들을 비롯해 초창기를 함께한 조합원들은 2000년 인하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한다. 이 투쟁은 최저임금투쟁의 첫 시작이자, 전국의 모범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기업주에게 이 하한선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것. 기업주가 노동자와 합의해 최저임금액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정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무효가 되고, 처벌을 받는다.
용역회사에서 대학으로 파견된 청소미화원들에게 최저임금은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최상임금과 같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밑도는 저임금을 받고 있었던 것.

인천지부는 최저임금 실태조사 과정에서 인하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국회를 방문에 실상을 고발했다.
용역회사는 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맞서 더운 여름 40여 일을 매일같이 점심시간에 집회를 했다. 그 결과 싸움은 승리했고, 인천지부에 첫 분회가 결성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2004년에는 5개월 동안 법원과 검찰에서 일하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최저임금문제와 남녀차별 임금지급 문제를 갖고 싸워 승리, 분회가 결성됐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천지부 김미영 사무국장은 “흩어져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길 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노조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잘못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실태조사를 나가면 도망가기도 했다”며 초창기 어려움을 떠올렸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경우 소수가 흩어져 일하다 보니 겁들이 많아 투쟁이 어려워요. 싸우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들어가면 못하겠다고 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설득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하고, 요구가 정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겼다.
그 결과는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삶의 변화로 나타났다.
“투쟁을 통해 권리를 찾으면서, 노조에 가입해 공동체를 느끼면서 나이 60에 새로운 인생을 찾은 것 같다”는 한 조합원의 말은 이러한 변화를 대변한다.


▲ 인천지방검찰청 청소분회 조합원들의 중식집회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제공


“비정규직 차별 철폐할 법과 제도 시급”


지난 해는 인천전문대, 인하대1·2분회, 법원, 검찰, 학교 비정규직 등 5개의 투쟁을 하는 사이 1년이 훌쩍 가버렸다고 한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제도적으로 큰 뒷받침이 없는 한 해마다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부터 12월까지 세큐리트(옛 한국안전유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2년 전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조합에 상담을 요청해 알게 됐죠. 이곳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렸고,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임금이 30만원 정도 삭감됐습니다. 6개월 정도의 교섭을 통해 삭감된 임금을 보전하고,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도장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도장을 찍은지 2달 지나 회사는 이들을 자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정남 법규부장은 “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법이 통과하면 해당하는 기준 만큼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자르려 하는 것”이라며 “노동계가 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로 조직화해 내 목소리 내야”


황영미 지부장은 “인천지부의 역할은 흩어져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노조로 묶어세워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올해에는 현재 600명의 조합원을 1천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노조를 통해 현실을 올바로 볼 수 있고, 그 힘이 모아져야 싸울 수 있고, 싸워야 처지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발로 뛰는 길 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있는 여성노조 인천지부. 인천지부는 그 부지런한 노동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권리를 찾고 편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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