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1동 친목회, 매주 화요일마다 무료급식소 자원봉사

▲ 자원봉사자 친목회 모임

며칠 전 내린 첫 눈과 매서운 바람이 체감 온도를 더욱 떨어뜨리면서 몸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더욱 춥다는 말처럼 없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결코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특히 독거노인을 비롯해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나기는 참으로 고된 일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의 모습은 이 추운 겨울을 다른 무엇보다 따뜻하게 만든다.

 

지난 6일 부평역에서 부평 농협로타리 중간쯤에 위치한 부평중앙종합사회복지관 앞. 오전부터 어르신 한 두 분이 찾아와 복지관 앞을 서성거리기도 하고, 인근 교회에서 지친 몸을 쉬기도 한다.
이내 지하 식당에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오기 시작하면서 복지관 앞은 늘어선 노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시간이 지나자 노인들이 서서히 지하 식당으로 빨려들어 간다.
지하식당으로 내려가 보니 된장이 풀린 시금치 국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김치와 제육볶음이 담긴 식판 십 여장이 연신 노인들 앞으로 날아간다.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식당에서 나오는 식판을 식탁에 앉아 있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가져다 드리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 옆에서 식사를 거들어 드리기도 한다. 한 번에 15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의 식탁 주인이 3번 바뀌고 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노인들이 빠져나간 자리와 식탁을 정리하자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지역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선사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들은 ‘부평1동 친목회(회장 안동목)’ 사람들이다.
이름 없이 그냥 ‘부평1동 친목회’로 불리는 이들은 맘 맞고, 뜻 맞아 모인 이웃들이다. 그렇다고 회비 걷어 철마다 맛난 음식 찾아다니거나 경조사 챙기는 여느 친목회는 아니다.
“다른 친목회와 다른 점요? 바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거죠” 좀 싱겁긴 하지만 한경순(부평1동 대림아파트) 총무가 전하는 부평1동 친목회에 대한 설명이다. 
친목회는 말 그대로 부평1동에서 얼굴 자주 마주치던 사람 몇 명이 시작해 지금은 부평1동에 뿌리내린 17명의 한가족이 됐다.
친목회는 1997년부터 부평1동 중부교회에서 시작한 무료 급식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1999년 첫 모임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지난 10월 부평중앙종합사회복지관으로 승인된 이곳을 찾아 무료 급식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이 곳을 찾은 노숙자, 독거노인 등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노인들을 부축하거나 음식을 나르고 심부름을 하는 것.
한 총무는 “친목회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친목회에 참가했지만, 맘처럼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하는 회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매주 보던 어르신이 안 보이는 것이 제일 무서워요”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매주 보이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고, 같이 오던 분들에게 소식을 여쭤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할 때 혹여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이들은 내년 봄에는 몇 분이나 뵙지 못할까 하는 맘으로 오늘도 자신들의 봉사에 최선을 다한다.
봉사 활동을 하며 어려운 점에 대해 묻자, 한 총무는 “7년 동안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나와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며 “처음 봉사활동에 나왔을 때 어르신들이 술 드시고 와서 소리치고, 싸우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 집에서 살림만 하던 가정 주부 입장에서는 난처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제법 친해져 안부도 묻고 몸 불편 한 어르신 식사 챙겨주는 것도 익숙해졌단다.
또한 한 총무는 “작지만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부모의 모습을 보일 수 있어 더욱 좋다”며 보람을 전했다.

 

인근 식당에서 무전취식 하던 분들 없어져

친목회 회원 중 채일국 부회장은 부평 농협로타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채씨가 친목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오기 전에는 일명 ‘무전취식’ 하는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 술과 음식을 먹고 가게에 누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채씨가 친목회 회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무료급식 자원봉사 활동을 7년 넘게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무전취식 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채씨의 얼굴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친목회 회원들 중에는 8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 두 분도 있다. 이들이 매주 자원 봉사를 하다보니 40, 50대 회원들에게 많은 귀감과 삶의 거울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로 82세인 윤대형 어르신은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소박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부평1동 자원봉사 우리가 책임진다”

부평1동 친목회는 더 많은 자원봉사 희망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부평1동 자원봉사단을 꾸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평중앙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안동목 회장은 “부평에 1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있고, 부평1동에도 많은 자원봉사 희망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다”며 “가칭 부평1동 자원봉사단을 꾸려 다양한 봉사활동과 연계해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는 20일 그 출범을 준비중이라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가칭 부평1동 자원봉사단은 부평1동 자원봉사자를 묶어 이미용, 무료급식, 장학회, 프로그램 지원, 독거노인 지원 및 관리 등 약 10개 분야의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펼칠 계획이다.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여건과 희망 분야를 고려해 다양한 형식의 자원봉사 활동은 물론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사회 양극화가 화두로 떠오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등의 노력이 절실한 요즘,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작지만 아름다운 봉사 활동이 정부와 기업의 노력 부족을 더 강하게 질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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