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사랑의 한의사 총각
119 사랑의 한의사 총각
  • 이승희 기자
  • 승인 2005.07.0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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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북부소방서 김정환 응급실장
소방서 공중보건의사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한방진료 봉사를 펼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인천북부소방서 응급실장인 김정환(28) 한의사.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김 실장은 공중보건의를 지원, 지난해 4월부터 인천북부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만 3년 동안 군 복무를 대신하는 것이다.
김 실장이 노인들을 찾아가 혈압과 혈당 측정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침을 놓으면서 건강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소방서에서는 무선 페이징(비상 호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위급할 때 빨간 버튼을 누르면 소방서 상황실에서 위치를 확인, 인근 파출소로 연락해 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정말 위급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 지속적인 건강관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119 사랑의 한방진료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거죠”
한방 성격상 일회성 방문 진료에 그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지속적인 관리로 진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 
김 실장은 그동안 삼산사회복지관, 협성원 등 관내 노인시설과 취약지역의 경로당,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갔다. 1월부터 매달 보름정도 노인들을 찾다보니 김 실장의 손길이 스쳐간 노인들이 지금은 1천명을 넘는다.
인천북부소방서 한일수 구조팀장은 “김 실장이 구조활동에 나간 대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등의 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찾아가는 한방진료서비스로 우리 소방서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있다”며 “밖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젊은 한의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지역 노인들로부터도 김 실장은 ‘의사 선생님’ 보다는 ‘119 사랑의 한의사 총각’으로 불린다.
‘한의사 총각’의 정성스런 손길이 고마웠던지 진료를 나가면 노인들이 음료수 등 먹을 것을 사다 주고, 소방서를 직접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한번은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보행 장애를 갖고 있는 할머니에게 침을 놔드렸더니 십정동에서 갈산동에 위치한 소방서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이럴 때면 몸 둘 바를 모르는 김 실장이지만 힘겹게 찾아주신 노인이 반갑고 기쁘다. 
그러나 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운 일을 더 많이 겪는다고 말한다.
거동할 수 없는 노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겨울에 난방도 잘 안 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보게되고 귀찮아서 끼니를 거른다는 이야길 들을 땐 정말 가슴이 아프다.
김 실장이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은 한의사인 자신이 진료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것. 노인들에게 많은 퇴행성관절질환이나 신경질환은 침으로 통증을 제거하고 신경을 자극하는 등 평소 관리가 가능하지만 암이나 당뇨, 백내장 등은 자신이 치료할 수 없어 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 등 큰 병원을 가야한다고 적극 권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들이 잘 안 가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봉사활동이 일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김 실장은 그를 알고 지내던 주변 한의사들에게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주말에 봉사활동을 같이해보고 싶다는 의향도 전하고, 여름에 섬 지역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모든 사람이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하면서 살기를 원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여러 조건이 가능해 봉사활동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봉사가 주 업무이다 보니 봉사활동하기에 조건이 좋은 것뿐이죠”
병원 레지던트로 근무할지, 한의원에서 일할지 아직 모르지만 남은 1년 8개월 동안은 소방서 응급실장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하는 김 실장. 부천에서 부평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 부천사람이지만 김 실장은 쉼 없이 어려운 노인들을 찾는 ‘119 한의사 총각’,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