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벼랑끝에서 서로 버팀목이 되는 사람들
삶의 벼랑끝에서 서로 버팀목이 되는 사람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05.05.1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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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경인지부

이아무개(39. 여)씨는 지난해 카드 빚으로 인해 심한 채권추심에 시달려야 했다. 추심원은 아이의 학교까지 찾아왔고, 이씨에게 “몸이라도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하지 않냐”는 모욕을 주기도 했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자기로 인해 후배가 1억원의 빚을 지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었다. 발버둥쳤지만 헤어날 곳이 없던 이씨는 결국 ‘살아서 뭐하나’ 하는 심정에 자살을 결심, 집을 나섰다. 그런데 우연히 정보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발길을 돌려 찾아간 곳이 있었다. 그곳은 파산 및 면책제도 등 채무에서 탈출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해 주는 곳이었다.
이씨는 그곳에서 자신처럼 삶의 벼랑 끝에 섰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파산제도를 통해 빚을 탕감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씨처럼 채권추심에 대한 인권적 모욕감과 막연한 불안감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추심 절차의 이해와 구체적 계획 수립을 상담하고, 또한 채무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교육하는 등 실질적인 신용회복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우리 부평에 있다.
바로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경인지부(지부장 이단호) 사람들.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경인지부는 부평대로 구청 건너편에 위치한 쌍용 플래티늄 오피스텔 904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3년 전 인터넷 온라인 모임을 시작해 올해 들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 무료법률상담 등 운영을 체계화하고 있다.
6명의 운영위원이 쌈짓돈을 모아 기본적인 사무실 운영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영위원과 회원들이 돌아가며 오후 상근을 통해 전화업무를 보고,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무료법률 상담에는 SBS 방송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하고 있는 김동성 변호사의  ‘광개토 합동 법률사무소(02-595-7762)’에서 직접 사무실로 나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단호 지부장은 “문을 들어설 땐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침울하지만 나갈 땐 ‘껄껄’ 웃고 나간다”며 “병원은 돈을 받고 치료하지만 이곳은 사람의 목숨을 무료로 살려주기 때문에 병원보다 나은 곳”이라고 표현,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끼게 했다.  
또한 이 지부장의 자부심은 그의 체험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이 지부장 역시 한순간에 개인사업이 힘들어져 몇 년 전 이런 단체를 찾은 계기로 회생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운영위원과 회원들 역시 대부분 채무로 인해 자살까지 마음먹은 바 있어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너도 그랬냐, 나도 당했다”는 말속에 우선 마음이 하나로 통하게 되는 것.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80%가 빚을 갚으려 꾸준히 노력해 온 사람이다. 채무자는 가족이나 어느 누구한테도 말 할 수 없어 자격지심과 자책감으로 괴로워하고 결국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때문에 살 수 있는 구멍인 파산이나 면책, 개인회생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 지부장은 빚 때문에 엄마가 아이들과 동반자살 하는 등 최근 부쩍 늘어난 비참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지금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의 취지와 활동이 좋아 올해 1월부터 무료법률상담을 지원하고 자문을 맡은 김동성 변호사는 “법과 제도를 모르는 채무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무기가 없다는 생각에 법의 정확한 내용을 전파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파산이나 면책제도, 개인회생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처한 상황에 맞춰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면에 개인회생제도 등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채무자를 속여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요청했다. 일부 카드회사에서 채무자에게 돈(400∼500만원)을 내면 회생시켜주겠다며 돈을 가로챈 뒤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세상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이나 방문을 통해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무료로 상담해 주고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주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
그러나 죽음의 벼랑끝에서 남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었던 처지의 사람에게 이 정도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 곳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들의 이러한 마음은 한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둘 모두 은행 직원인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채무자가 돼 살고 있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월세로 나앉게 됐다. 남편은 퇴직했고 아내는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적혈구나 백혈구 중 한 쪽이 많아지는 희귀병에 걸렸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채권추심 등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온 듯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곳 사람들은 헌혈증과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또한 사정이 어려운 회원의 자녀 급식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운영위원 대부분 채무로 인한 고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채무자는 구체적인 채무 대처방법이나 절차 등에 대해 목말라한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보지원 프로그램은 많지 않아 채무자는 정보부족으로 막연한 두려움 속에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채무자에게 채무탈출 방법을 제시하고, 유사한 경험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의 감정적 동질성을 회복함으로써 자신감을 갖고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고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제도들을 알아보는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단호 지부장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상담 뿐 아니라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지역에서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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