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치매노인과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곳
‘사랑’으로 치매노인과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곳
  • 이영주 기자
  • 승인 2005.03.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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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치매주간보호센터 행복의 집

가족구성원 중 한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전체가 고통을 겪게 된다. 더구나 그 병이 고치기 어려운 난치, 혹은 불치병일 경우는 가족공동체 자체가 흔들리고 깨어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만큼 질병은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본인과 주변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하기 때문이다.
주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치매 역시 본인과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 중 하나다. 하루아침에 광범위한 기억을 잃고 자신의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등 대부분의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을 잃게 되는 치매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 노인병이다.
더구나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치매노인은 더 이상 해당 가족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에 우리 구 보건소는 작년부터 낮 동안 전문적으로 치매노인을 보호하는 치매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 왔고, 올 초 안은의료재단 부평세림병원의 위탁관리로 갈산1동에 치매주간보호센터 ‘행복의 집’을 개소하게 됐다.

 

과학적이고 세심한 프로그램

행복의 집에는 매일 30명 가까운 치매노인들이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종이공예, 한지공예, 미술치료, 서예, 리크리에이션과 회상교실, 단어교실 등 행복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치매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기억, 인지를 끌어냄으로써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잃어버린 인지기능을 개발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들이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 노인들에게 필요한 수발과 간병은 행복의 집 7명의 직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인지능력 개발 프로그램과 더불어 행복의 집에서 신경쓰고 있는 것은 노인들의 건강이다. 워낙 연로하신 분들이라 치매 외에도 만성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기적인 검진과 그에 따른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활력 징후를 측정해 가족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혈당, 혈압 등을 검사해 그에 맞는 식사관리를 한다. 전반적인 신체기능의 향상과 유지를 위해 관절운동과 스트레칭을, 기능 저하에 따른 근력약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체와 하체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과 요실금 예방을 위한 회음부 근육 강화 운동을 실시하는 등 일상적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매월 1회씩 부평세림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이 행복의 집을 방문,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세심한 프로그램과 관리로 가족들이 안심하고 치매노인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복의 집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의 노인을 위해 방문치료 서비스도 한다.

 

한가족처럼 치매노인을 돌보는 간병인들

행복의 집을 떠받치는 이들은 7명의 직원들이다. 간호사, 운전기사, 사회복지사, 간병인 등 저마다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노인들에게 가지는 각별한 애정만큼은 한마음이다.
행복의 집 가족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노인들의 안전. 한시라도 눈을 놓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신경을 곤두세우고 노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 이곳 간병인들에게는 ‘얼굴은 한곳을 향하고 있어도 눈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 규율처럼 전해지고 있다.
물론 직장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치매노인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소명감이 필요하다.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과 노인들에 대한 사랑 없이는 하루도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집 7명 직원들을 이끌고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2층건물인 행복의 집을 분주히 오르내리는 김현조 센터장은 전체 프로그램 운영부터 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사람이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더 많은 치매노인들이 이곳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다.
“인천시의 치매노인의 비율이 7.9%인 것을 감안해보면 우리 구에는 약 2,450명의 치매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아직 행복의 집에서 관리하는 노인들은 50명 수준이라서 더욱 열심히 알리고 발로 뛰어 노인들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무료로 지원되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월 8만원의 식비만 부담하면 낮시간 동안 치매노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좋은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으로 많은 가족들이 아직까지 행복의 집을 알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것이 속상하다는 김현조 센터장.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건소와 함께 우리 구 곳곳의 노인정을 돌며 치매예방 교육과 더불어 치매환자 발굴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사랑’만큼은 느낀다

행복의 집은 최근 홈페이지(www.haeng-bok.com)를 열어 우리 구민들이 치매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흔히 ‘노망’이나 ‘망령’ 났다고 이야기되는 치매는 질병이면서도 가족들에게 질병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병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질병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질병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인정하게 되면 정확한 진단 아래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찾아볼 수도 있고 행복의 집 같은 전문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에게만 수발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전체가 협력하는 지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치매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김현조 센터장은 “치매노인들이 거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고 많은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사랑’만큼은 정확하게 느낀다. 스킨십, 눈맞춤 등의 애정표현을 일관되고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만큼 훌륭한 치유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으로 치매노인을 돌보고 치매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부평구치매주간보호센터 행복의 집. 이름 그대로 행복을 만드는 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