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가 된 언니들
욕쟁이가 된 언니들
  • 한만송 기자
  • 승인 2005.03.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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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성의전화 ‘성매매 피해 상담팀’

우리 구 부평4동에 위치한 인천여성의전화(회장 배임숙일)는 인천 여성 인권보호운동에 있어 산파와 같은 단체다. 몇 해 전부터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상담소를 설치, 여성 인권이라는 큰 영역에서 어느 지역, 어느 단체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천여성의전화 사무실의 첫 인상은 잘 정돈된 분위기에 왠지 모를 힘을 느끼게 한다.

성매매 피해 상담팀(이하 상담팀)은 3명의 여성 활동가들이 전담하고 있다. 모두가 이 분야에선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주로 전화상담을 한다. 쉽게 말해 1차 코스라고나 할까? 어느 정도 전화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피해 여성들을 최대한 상담소로 찾아오게 설득한다. 일단 방문 후 안정을 찾게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찾아 온 피해 여성들이 맘놓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곳에서 어느덧 3년째를 맞이하는 상담실장 이영현씨는 처음에는 사회복지사로 장애인시설과 청소년단체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가출 청소년을 상담하고 지원하다 보니 가출 여성 청소년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이 생겼고, 이로 인해 인천여성의전화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기 시작했다.
중간 고참인 지오정희씨는 현재 6년차다. 성매매 피해 여성 상담을 하는 동시에 중·고등학교 양성평등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성에 대한 조기 교육이 체계적이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활동 내용 중 하나다.
그리고 인천지역 여성운동에서 익히 알려진 배임숙일 회장. 성매매 피해사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야기 해주면 안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불가”라는 답을 들으며, 그의 원칙과 소신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여느 시민단체와 비슷하지만 인천여성의전화 상근 활동가 역시 박봉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이영현 실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은 번 만큼 씁니다. 보람이 있으니까, 보람이 그 빈 곳을 채워주죠”

 

성매매 이제는 NO!

일부 학자들은 인류 역사가 탄생한 이래 성을 팔고 사는 행위는 계속 있었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성매매 시장은 일제와 군사독재 문화의 잔재가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일제 아래 종군 위안부들이 우리나라 근대사의 첫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다. 해방 후 30년에 걸친 군사독재는 사회를 남성우월주의에 빠트려, 여성들을 천시하고 노예적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무시하면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만든 장본인인 셈이다.
이영현 실장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는 여성 한 명에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갖고 화장품, 술, 소개, 카맨(숙소에서 업소까지 여성들을 실어 나르는 사람)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24명에 달한다. 우리 모두가 묵인하고 방기한 사이에 우리의 성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해 국경을 넘어 국제 성매매 시장을 찾아 헤매게 됐고, 성매매는 이제 우리의 주택가에서도, 청소년에게도 다가와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상담소를 운영하며 가장 즐겁고 기뻤던 기억을 묻자, 이 실장은 “피해 여성들이 이 곳을 찾아 안정을 찾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까지 입학해 연락이 올 때”라고 말한다. 상담자들의 힘들고 지친 몸에 윤활유가 뿌려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슬프고 안타까운 순간이 훨씬 많다. 성매매 피해 여성의 고발로 포주가 경찰서에 잡혀와 조사를 받다보니 포주인 그 여성도 20년 동안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일을 했던 여성이었다. 그 포주는 “밥 먹고 할 줄 아는 일은 이 일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20년 간 온갖 상처와 피해를 안고 살았지만 다른 방식의 삶을 접하거나,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그 여성은 다른 여성을 착취하고 지배하며 살았던 것이다.

 

욕쟁이 언니들로 변해버린 상담팀

매일같이 피해 여성들에게 피해 사례를 듣는 상담소 사람들은 이제는 욕쟁이 언니들이 되었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XXX”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오는 것은 예사다. 피해 여성들과 대화하며 가슴아파 눈물을 흘리고, 욕도 같이 하는 사이에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맘에 응어리진 것을 처음으로 푸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 상담소 직원들은 이제 욕도 제법 잘할 줄 알게 됐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대부분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가출을 했다가 티켓 다방이나 유흥업소 등에 발을 딛거나 끌려가서 이른바 ‘선불금’에 묶여 어쩔 수 없이 성매매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걸어온 삶이 이러하다 보니 피해 여성 대부분의 학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재활의 길을 걷고 싶어도 재활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학력이다. 그래서 상담소는 피해 여성들에게 법률, 의료 등의 지원과 함께 ‘재가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것을 묻자, 이 실장은 “이들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우리 사회가 품어 안고 같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이젠 욕쟁이 언니들로 변해버린 인천여성의전화 성매매 피해 상담팀의 활동과 이야기를 듣다보니, 성매매가 가부장제의 확대와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문제 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에게 찍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낙인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낙인이 성매매 여성들로 하여금 다른 사회 구성원과 똑 같은 인간으로서 누릴 인권은 물론 인격마저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