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4동의 감초, 정신지체장애인 강용구씨와 그의 벗들

 

정신지체 1급 장애인 강씨

10년 넘게 동사무소에서 공무원들 도와

주민들 ‘청소담당 공무원’으로 오인할 정도

공무원과 주민들의 따뜻한 정에

거친 언행 사라져

 

부평4동사무소에 가면 환한 표정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는 강용구(38)씨를 만날 수 있다. 강씨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지만 벌써 10년 넘게 동사무소에서 공무원들을 도와 잡역을 맡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항상 밝게 웃는 얼굴로 임하는 강씨는 부평4동사무소, 나아가 우리 구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이제는 없으면 너무나도 허전할 감초 같은 존재다.
강씨는 10여년 전 부평4동 재활용봉사를 시작으로 2000년 부개3동사무소, IMF 이후인 2002년에는 공공근로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가 다시 부평4동으로 오게 된 것은 4년 전부터다.

운동을 좋아하는 강씨는 새벽 4시 조깅으로 하루를 연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침밥도 맛있고 좋다”고 대답하며 활짝 웃어 보이는 강씨.
지난해 받은 봉사활동상의 부상으로 받은 자전거는 이제 그의 출퇴근용 자가용이 됐다. 자가용의 페달을 열심히 밟아 아침 일찍 동사무소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강씨는 동에서 쓰레기를 치우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며 동사무소 식구들은 물론 주민들과도 가족처럼 지낸다. 부평4동 청소담당 공무원은 “강씨와 함께 아침청소를 하는 일이 즐겁다”며 사무소에서 나오는 파지들을 모아 팔아서 저축할 만큼 강씨는 굉장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해 발생에 따른 비상근무가 발동돼도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는 강씨의 모습은 그의 성실성과 착한 마음씨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처음에 거리를

청소하는 강씨를 보고 주민들이 ‘청소담당 공무원’으로 오인했을 정도라고 하니 두말할 나위 없다.
강씨는 동 청소와 잔심부름만 하는 것이 아니다. 2000년부터 강씨와 친분을 쌓게 됐다는 구청 공무원 김인호씨는 “파인 도로나 방치차량, 불법부착물 등을 발견하면 내게 와서 지적해 주고 주민 불평사항까지도 이야기해준다”고 전하면서 “실제 강씨로 인해 해결된 민원이 여러 개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메신저(소식이나 정보 전달자) 강씨. “구의원 얼굴은 몰라도 강용구는 안다”고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그가 원래부터 지금처럼 밝고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동사무소에 왔을 땐 거친 말과 행동은 물론 거짓말도 잦았다고 한다. 또한 움직임이 적어 체중은 130kg에 육박했고 술과 담배도 했다는 것.
그러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장애를 허물없이 받아주는 동사무소 직원들과 이웃들의 진정에 강씨의 마음은 녹아 내렸다. 말씨와 행동 등 정서가 안정되기 시작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현재는 80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술, 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초기만 해도 한글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동사무소 공무원들 도움으로 이제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쓸 만큼의 실력이 됐다.
직원들과 이웃들의 진심 어린 애정 때문일까. 끊임없이 미소짓고 있는 그의 얼굴에 고요한 행복이 물결친다.

강씨는 부평4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사실 나이든 아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쫓아다니며 챙기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치했다간 길에서 사고나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이 앞선다. 사회복지시설에 보내자니 열악한 복지상황도 못미덥고 부모로서 아들에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선다. 그러던 중 인연이 닿은 동사무소는 강씨의 부모에게도 안심하고 아들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 감사한 곳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지역 일에 열심인 강씨를 경제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강씨에게 공공근로는 이미 4년 전 만료된 상태이고, 때문에 장애인 수당 월 6만원의 금액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지원이 없다. 이에 동사무소 직원들은 자신의 임금을 조금씩 모아 매달 6만원씩을 그에게 전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원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신발을 선물하는 등 공적기능이 못하는 일을 직원들 스스로 대신하고 있다.
직원들 외에도 강씨의 주변엔 식당을 지정해 강씨의 점심식사를 해결하게 하는 등 그를 염려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웃들이 많다.
이런 온정이 있다보니 강씨가 동사무소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원들이 쉬는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몹시 안타까워 할 정도라고.
강씨는 참 건강한 사람이다. 성격이 밝고 웃음이 많아 사람들과 대화하길 좋아하고 먼저 청소하러 나가자고, 혹은 떡볶이를 먹자며 “천원씩 내세요” 하고 제안할 만큼 적극적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강씨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동사무소에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강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강씨의 행복 만들기는 그 자신 특유의 유쾌함 때문도 있겠지만 주변 이웃들의 관심과 염려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한다면 편견의 장막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우리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과 그러한 본질을 우리 스스로 왜곡시킨 일은 없었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을 새벽 4시, 담요를 걷어차고 새벽바람을 맞으며 누구보다 일찍 세상을 깨우는 강용구씨. 매서운 바람에 맞서 그를 세상 속으로 이끈 것은 강씨의 마음속 깊은 곳을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후후’ 훈기를 불어넣었던 이웃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를 돕는 관계에요” 라고 말하는 강용구씨와 부평4동사무소의 직원들, 그리고 주민들. 그네들의 건강한 웃음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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