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간식 봉사해온 하야시·마쯔야마씨

“일본사람이라면 모두가 한국에 와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주 화요일이면 십정동 어깨동무 공부방을 찾아와 공부방 아이들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하야시(46)씨의 고백이다.
1986년에 남편 이훈재(49)씨와 결혼해 한국에 와서 3남매를 낳아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지 18년. 낯선 타국에 와서 적응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그 시간을 종교활동과 사회봉사로 채우며 이젠 한국말도 능수능란한 진짜배기 한국인이 되었다.
그러나 하야시씨에게는 먹다 체한 음식이 걸린 것처럼 가슴에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일본이 36년 동안 조선의 국권을 빼앗고 말과 글을 빼앗고 침탈한 과거의 역사다. 하야시씨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일이지만 그는 자신이 한국사람들에게 죄를 지은 양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년 전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십정동 어깨동무 공부방에 왔을 때, 비록 1주일에 한번 간식을 가져다 주는 역할이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기만 했단다. 지금껏 마음에 담고 있던 빚을 조금씩 갚아가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뿐 아니라 중학생 아들도 데리고 와서 독거노인들에게 밑반찬 전해드리는 자원봉사를 하곤 한다.
올해부터는 십정동에 살고 있는, 하야시씨와 똑같은 처지인 일본인 마쯔야마(46)씨와 함께 매주 화요일 공부방을 찾는다. 하야시씨가 조용하고 사근사근한, 흔히 일본 여성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의 여성이라면 마쯔야마씨는 그런 편견을 일거에 깨뜨리는, 박력있고 호탕한 여성이다. 지난 30일 어깨동무 공부방 아이들에게 줄 고구마튀김을 만드는 동안에도 마쯔야마씨의 호쾌한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매주 이렇게 직접 간식을 만들어 공부방 아이들의 허기진 오후를 채워주는, 푸근한 인심을 가지고 있는 하야시씨와 마쯔야마씨. 그들은 한국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바로 ‘인정’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일본인이라는 선입견에 낯설어하던 한국인 이웃들이었지만, 금세 정이 들어 아플 때면 먹을 것 챙겨서 찾아오는 인심에 감동을 많이 했다고. 한국인 이웃들에게 받은 인정을 배운 대로 베푸는 것뿐이란다.
두 사람 모두 마흔여섯 동갑이지만 하야시씨는 마쯔야마씨에게, 마쯔야마씨는 하야시씨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가 손윗사람에게만 쓰는 호칭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10여년을 한국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언어와 문화가 낯선 그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렇게 인정을 나누며 살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는 미안함을 나눔이 있는 푸근한 인정으로 바꾸는 하야시씨와 마쯔야마씨. 그들은 이미 우리들의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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