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을 찾아서 - 짜짜봉사단

찬 가을 바람이 겨울의 문턱을 두드리는 요즘, 마지막 가을 단풍과 정취를 느끼기 위해 이른 걸음을 내딛어 산과 야외로 빠져나가는 일요일 오전. 그러나 산과 들의 유혹을 뒤로한 채 어려운 이웃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 직장생활이나 개인업을 하면서도 7년째 매월 한차례씩 일요일이면 모여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자원봉사단체들이 각기 어울리는 폼 나는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이들 또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웃음부터 나오는 그 이름은 바로 ‘짜짜봉사단’이다.

‘짜짜봉사단’의 출발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이웃을 위해 뜻 있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려 할 때 한 회원이 자장면 면발을 뽑을 수 있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이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기로 맘을 먹고, 그 이름을 ‘짜짜봉사단’으로 짓게 됐다.
그렇다고 이들이 매번 자장면만을 대접하는 것은 아니다.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을 위해 청소를 해드리거나 세균을 제거하는 약품을 뿌려주기도 하고, 말벗도 해드린다.

11월 7일. 오늘은 삼산동에 위치한 삼산주공임대아파트를 찾아갔다. 이날 ‘짜짜봉사단’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 홀로 지내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2백여명에게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배달했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부평구자원봉사센터 소개를 받아 온 경인여대 RCY봉사단, 부평여자공업고등학교 효행봉사단도 함께 팔을 걷어 부쳤다. 이 아파트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이 많아 직접 배달하는데 많은 일손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반응은 대박이었다.
‘짜짜봉사단’ 한동오 회장을 비롯해 10여명의 회원들이 제법 익숙한 솜씨로 음식 준비를 한다. 자장면 2백 그릇은 그렇게 만만한 숫자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봉사단 회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자장면을 담기 시작했고 김이 모락모락, 윤기가 잘잘 흐르는 자장면과 음료수, 떡 등이 담긴 쟁반은 길게 늘어선 학생 봉사단의 손과 손을 통해 바로 바로 배달됐다.
이렇게 이들의 정성으로 뽑은 면에 이웃사랑이 듬뿍 담긴 장이 올려져 자장면은 배달되고 있었다.
배달된 자장면을 받아든 이응분(75세) 할머니는 “음식 대접한다고 해서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불편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자장면을 가지고 오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참 오래 만에 먹어 보는 자장면이라 그런지 맛있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화력이 약한 노인들을 위해 콩가루를 섞어 자장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음식을 나르는 여학생들 틈으로 두 명의 남학생이 보였다. 이들은 짜짜봉사단 회원인 박장식씨를 따라온 그의 아들 진철군과 홍철군이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진철 학생은 ‘짜짜봉사단’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왔으니 7년째 아버지와 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진철 학생의 활동을 알게 된 친구들도 이제는 가끔 따라가고 싶다며 졸라 함께 오기도 한단다. 여느 학생들처럼 일요일에도 학원으로, 또는 TV 속으로 빠져들 나이인데 진철 학생은 오히려 아버지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 기쁘다고 이야기한다.
‘짜짜봉사단’ 회원들은 모두 부평에서 장사를 하거나 직장을 다닌다. 대부분의 봉사단체들이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것이 현실인데, 짜짜봉사단에는 초창기 회원이 대부분이다.
한동오 회장은 “우리는 작지만 꾸준히 이런 봉사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한다. 또한 “아무리 사회가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이렇게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하나를 내 놓고 있다”며 그러다 보면 오히려 세상은 더 살만 해진다고 말한다.
작지만 소중한 맘이 담긴 봉사활동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한동호씨. 그의 말은 거창한 봉사보다는 작지만 꾸준한 봉사가 의미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봉사라 더욱 좋다.
시장기를 느끼게 하는 특유의 자장면 냄새와 더불어 마장풍물단의 풍물 소리가 울려 퍼져 아파트로 둘러 쌓인 도심에 훈훈한 정이 돌게 한다. 낙엽이 쌓인 삼산 종합사회복지관 앞에 모여드는 노인들의 모습이 유난히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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