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아동 공동체 해피홈

버림 받은 아이 65명 한가족
동수역에서 성모자애병원으로 가는 길 왼편에 위치한 ‘해피홈’. 4층 짜리 건물 3~4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곳에는 세살 아이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부모 없는 아이 또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65명이 모여 살고 있다.
토요일 오전 해피홈은 학생들이 학교에 간 상태라 거의 모든 방이 비어 있고, 유아방에만 아이들이 놀고 있다.
방에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붙박이장이 설치돼 있어 잘 정돈된 느낌을 주고 밝은 색상의 벽지가 깨끗하다. 아이들 노는 모습도 보통 어린이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섯 살 된 한 사내아이가 다가와 기자의 바지를 잡고는 “아빠” 하고 웃어주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에요.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가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고요, 마음이나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20대 초반의 젊은 부모가 살기가 어려워지자 맡기는 경우도 많죠”
해피홈 사무장 박서희(35)씨가 “형편이 좋아지면 데리고 간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이며, 이곳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은 친척집을 배회하는 등 불안한 상태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온지라 해피홈 생활을 좋아하고 잘 적응한다. 때문에 엄마에게 가겠다는 생각보단 엄마를 데리고 와서 이곳에서 같이 살았으면 하는 아이가 많다.
우르르 몰려든 예닐곱 명의 아이들에 둘러싸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행동과 말에 대꾸해주고 보듬어주는 서희씨가 아이들에게 친엄마처럼 참 익숙하다. 핏줄하나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입히며 친자식처럼 돌봐왔던 시간이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서희씨는 아이들에게 친엄마나 다름없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큰언니이다.
서희씨와 같이 이곳에 상주하며 아이들의 생활을 보살피는 보육교사는 6명이 더 있다. 가정이 있어 출퇴근하는 교사도 있지만 대부분 이곳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한다.
“사명감에서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과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그냥 좋은 거죠” 서희씨의 말은 이곳 교사들이 친엄마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이 아이들을 대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곳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와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 명이 이야기를 꺼내면 너도나도 따라서 부모를 과장해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라는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서희씨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부모에 대해 굳이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자기극복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 긴 터널을 지나온 아이들은 의젓하고 착하다. 나들이를 갈 때는 알아서 동생들을 챙겨주고, 학교 친구들을 해피홈에 데려와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하나 같이 상처투성이지만 그 아픔을 이기는 것은 아이들 자신의 몫이고 교사들은 곁에서 보듬어주고 도와줄 뿐이다.

89년 판자집에서 시작
해피홈은 치매노인, 무의탁 장애인, 고아들이 함께 생활했던 ‘즐거운 집’에서 출발한다. 사단법인 한국사랑밭회 이사장 권태일 목사와 홍현송 사모에 의해 지난 89년 일신동 판자집에서 시작된 ‘즐거운 집’은 식구가 늘어 노인들은 94년 계양구 ‘즐거운 집’으로, 아이들은 지금 이곳 부평2동에 새 둥지를 틀고 2000년 5월 ‘해피홈’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었다. 홍현송 사모가 해피홈의 원장으로 모든 살림을 돌보고 있다. 
지금은 주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도움의 손길이 많지 않아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이 더 바뀌었으면 하는 게 홍 원장의 바람이다. 해피홈의 좋은 시설과 구김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이런 아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냐며 관심을 끊는 사람을 볼 때는 정말이지 속이 상한다.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아픈 상처가 있고, 그걸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기 때문이다.
해피홈은 정부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지원 받지 못하는 미인가시설이다. 그런데 요건을 갖춰 인가시설로 허가를 받을 경우 부모가 있는 아이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호적상 부모가 있지만 고아 아닌 고아인 아이들을 보살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홍 원장은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다 책임져주기 때문에 미인가시설이 생기지 않아도 된다”며 아직까지 미비한 우리나라 복지수준을 안타까워한다. 
특히 인가시설의 경우 아이를 받으려 할 경우 바로 받지 못하고 구청에 연락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아이가 무방비 상태에 빠지는 공백이 생기는데, 미인가시설인 해피홈은 직접 상담하고 바로 받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해피홈은 매월 3천원 이상의 재정 후원을 하는 사람들과 직장모임, 인터넷 동호회, 교회 모임 등의 방문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버려진 아이’라는 가장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엄마들’이 있는 곳, 이곳 가족들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채 희망의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해피홈’이라고 부른다.

문의·518-2080 / 후원·농협 100105-51-054344 해피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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