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이들의 방과 후 보금자리인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해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7월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라 지칭하며, 월 200만원씩의 운영보조금을 지원했다. 단, 3년 동안 제시한 시설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이들 미신고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운영비를 삭감하고 내년부터는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3년이란 유예기간을 뒀다’며 그 책임을 지역아동센터에 물으려고 한다. 3년 동안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한 지역아동센터의 게으름이거나 잘못이 아닌데도.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간의 후원과 봉사 그리고 헌신으로 시작하고 가꿔온 공부방이 보건복지부가 정한 시설기준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최소 면적이 60㎡이상이어야 하며,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설치해야 한다. 여러 가지 시설도 둬야 한다. 아이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는 취지를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시설기준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는 당장 4000~5000만원이 드는데, 이를 모을 수 있는 힘이 상당수 공부방에겐 없다. 그만한 돈이 있었으면 애초 지하나 좁은 공간에서 시작했겠는가.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2종에서 1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화조시설을 교체해야 하는데, 건물주가 바꿔주고 싶어도 규격에 맞는 정화조를 묻을 땅이 없다. 공부방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에 위치해야 하는데, 주택가에는 근린생활시설이 없다. 처음부터 공부방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지침이었으며, 무의미했다는 공부방 종사자들의 항변에 일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2007년 4월 현재 인천시에 등록된 지역아동센터는 147곳. 지금은 160개 정도로 추산되며,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월 200만원의 운영보조금과 아이들 급식비 지원은 열악한 공부방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민간이 나서고 오랫동안 이끌어 온 것에 비하면 미약한 행정지원임에 틀림없다. 일방적 기준을 정해놓고 그 미약한 지원마저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에 필요한 재정 수요 파악부터 해야 한다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예산이 없으면 공기업과 민간기업·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사회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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