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석은 마음부터 넉넉해짐을 갖게 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햇곡식을 거두고 온갖 햇과일이 나와 풍요로움이 더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 명절이 있지만 추석은 넉넉한 나눔의 미덕이 소록소록 배어나게 합니다.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그리고 이웃과 마을이 모두 만나 나눔과 기쁨의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절이 돌아왔음에도 폭우와 늦더위, 길고 눅눅했던 장마기간 만큼이나 버텨내기 힘든 서민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건설현장 노동자들, 그마저도 일거리가 없어 애태우는 청년실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사회를 복지사회라 말하기는 이릅니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삶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살핌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원하는 나눔이 필요합니다. 나눔은 그늘진 사회를 밝게 합니다. 주변에는 가난하지만 나눔으로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좁은 단칸방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전 재산 1000만원을 기부한 이야기. 비슷한 처지의 할머니가 옥탑 방 전세금 1500만원을 유산으로 내놓은 이야기. 공통점은 어렵게 살았다는 것과 지금도 결코 넉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담들도 많습니다. 무료급식소에 아무도 모르게 오이· 감자 등 채소를 수시로 놓고 가는 채소장수, 독거노인들에게 미용봉사와 식사제공을 하는 사람, 주말을 이용해 무료 건강검진을 하는 의료인, 결식아동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 사람,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노숙자들의 식사를 매일 제공하는 사람…. 이들 모두가 천사와 같은 소시민들입니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함으로써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적극적인 나눔 운동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랑의 쌀 모으기’ ‘재래시장 상품권 이용하기’ ‘선물로 지역농산물 활용하기’ 등 다양합니다. 잘 실천만 된다면 지역과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소외계층이 외롭지 않은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일들입니다.

특히 부평구는 10년 전부터 추석을 맞이해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자생단체, 종교단체, 통·반이 앞장서 참여합니다. 하지만 이 나눔 운동이 생색내기·실적 쌓기·얼굴 알리기·자율을 빙자한 강요 등으로 나눔의 취지를 퇴색시키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자칫 선전 홍보용이 되거나, 지역단체와 지도층 인사들의 생색내기, 그리고 이 운동에 잡음이 생긴다면 그건 진정한 나눔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실적을 중요시해선 안 됩니다. 실적을 중요시하면, 자율이라고 하지만 그건 강요입니다. 방법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 만든 음식을 이웃과 나누겠다는 정이 있다면 삶은 아름답고 마음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미덕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었습니다. 이웃과 정을 나누면 희망이 자란다고 합니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너와 나 우리가 그리고 이웃과 이웃이 나눔을 실천하는, 그래서 정이 넘치는 추석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주변에는 수많은 소외계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 박준복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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