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시, 상주시를 다녀와서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상주를 최근에 다녀왔다.
경상북도 상주시는 주민의 대다수가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며, 자전거 수송 분담률이 18.6%에 이르는 도시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 2.4%의 8배이며, 일본·독일의 25%에 근접하고, 43%에 달하는 네덜란드·덴마크의 절반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위한 공간과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전거를 유통수단으로 타기 시작한 6~7년 전의 일이지만, 이번에 상주를 방문하게 된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슬로건으로 하는 ‘부평의제21 추진협의회’의 공식적 견학 덕분이다.


2006년 12월 4일 하루 일정으로 24명의 의제21 위원들은 상주를 찾아갔다.
우선 상주시청에서 자전거 도로 및 이용활성화 관련설명을 들었는데, 특이한 것은 새마을과에 자전거문화팀이 있다는 것이었다.
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유명세를 타기까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평균 표고 70m내외의 평탄한 분지라는 지형적 조건을 비롯해, 며느리감에게 ‘자전거 탈 줄 아냐’고 물어보는 문화적 환경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995년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자전거를 위한 도로환경과 주변의 물리적 개선을 위한 예산을 1996년부터 적극적으로 투여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지속적인 사업을 해온 사실을 안다면, ‘자전거 천국’ 상주는 우연의 결과일 수 없다. 이런 결과로 상주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인도에 놓인 자전거도로, 차도를 공유하는 형태, 인도와 차도의 중간 높이로 구별된 자전거도로 등 현실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존재함으로써,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일체의 회의적 반응들을 무산시킨다.


이날의 견학은 자전거 도시를 향한 나의 꿈을 체화시켜줌과 동시에 내가 사는 부평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상주시는 면적 1254.82㎢에 약 8만5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에 비해 부평의 인구는 57만명이며, 31.98㎢의 공간에서 17만9000대의 자동차와 뒤엉켜 살아간다.
올해 인천은 7대 도시 중 최악의 환경오염도시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특히 부평은 인천에서도 알아주는 대기오염지대이다. 다양한 인프라가 입체화되어 있는 상주와 대비할 때 우리 부평이야말로 오히려 자전거 전용도로의 현실화가 긴급한 과제로 다가왔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제네바에서 사람들이 직장과 관련해 거리유통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5~10분 정도이며, 최장 35분 이내에 거주지가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지혜로운 도시로 알려진 브라질의 꾸리찌빠는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지를 건설했다. 이런 정책은 주거지와 근무지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이동 중에 생기는 각종 사고와 스트레스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준다.

그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서울과 강남일대에 몰려 있는 직장은 자본의 효율성일 뿐 시민들의 멀고먼 출근길을 헤아리면, 삶은 고되고 효율은 진작에 길바닥에 내팽겨졌다. 직장을 옮기든지 집을 옮기든지 택일을 강요하지만 이도저도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현명한 선택의 길은 있다. 국가의 균형발전과 주거지의 연계는 중·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재구성돼야 하지만, 도심 내에서의 이동과 공간의 효율적 구성은 미루지 말고 즉각적으로 실현돼야 한다.

자전거로 눈을 돌리자. 그것이야말로 훌륭한 공간이동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2005년 부천시는 자전거이용과 관련해 시민들의 여론을 조사한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천시민의 54.4%가 자전거 도로가 정비되고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면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며, 같은 해 부산에서 한 일간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산시민의 70%, 특히 자가용 이용자의 50%가 거주지에서 버스와 지하철역까지 자전거 도로가 연결된다면 자전거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부평은 도시에서의 시민들의 삶과 공간 그리고 길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 갈 것인가?
콜롬비아의 보고타는 매주 일요일 도심내의 도로 300km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변용함으로써 세계적 자전거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가 먼저 꾸었을 꿈이 우리의 도시 부평에도 현실이 될 수는 없을까?
상주를 다녀온 후 ‘꿈’은 현실과 투쟁하는 ‘고뇌’의 과제로 변하고 있다.

인태연 · 본지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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