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전공노 인천본부장


지난 2002년 3월 23일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권력의 시녀라는 굴종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면서 공정한 공직사회를 만들겠다고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노동은 공무(公務)이어야함에도 불구, 단지 힘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내 가장 가까운 이웃과 형제들을 위한 노동이 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다.
모든 정권이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곧 흐지부지된 이유는 그런 공직사회가 자기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들이 바로 부정부패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효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앞에 나날이 파괴돼가는 공공성을 지키겠다며 공무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은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미끼로, 검증되지 않은 사기업의 효율을 과대포장해서 그 역할을 포기하려 한다. 의료·교육·전기·통신·가스에 이어 마침내 먹는 물까지 사기업에 넘기려고 한다. 이러한 공공성을 지키겠다며 만든 공무원노조를 정부가 무모하리만큼 탄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우리 중하위직의 공무원들을 일컬어 국가의 왼손이라고 한다. 오른손인 고위 관료들의 견제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정부는 이런 공무원들을 자기들의 하수인으로 영원히 부리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아직 미약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 공무원노조의 노력은 공직사회를 눈에 띄게 맑아지게 했고 특히, 공무원들 스스로 각자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했다.

그런 속에 나는 지금 또다시 단식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이지만 달리 의미를 부여한다면 공무(公務)를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반성 때문이다. 둘은 결코 다르지 않다.
나의 노동이 나의 이웃과 나의 형제들에게 이로운 노동이 되게 만들고자 함이다. 그것이 공무원으로서의 본질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3대에 걸친 자치단체장들과 공식적 합의를 통해 노조사무실을 제공받아왔으며 지방의회의 승인을 얻어 컴퓨터를 포함한 최소한의 집기도 지원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행자부 지침이라는 이유로 노조 사무실을 강제 철거하려한다.
이 순간, 지난 5년간 국민들의 혈세를 들여 노조 사무실 집기까지 구입해준 자치단체장들과 이를 허락한 의원들은 공공기관 무단점거, 불법점거를 도왔다는 것이 된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교부세를 주지 않겠다는 정부의 황당하고 독선적인 발상과 그것을 무조건 따르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뇌아적’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을 위한 예산을 볼모로 자치단체장을 협박해 공무원노조를 말살시키려는 정부의 반이성적인 행위 앞에 무릎 끓을 수 없는 것이 내가 또다시 단식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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