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송 기자


생활정치, 참여정치 등을 표방하며 출발한 풀뿌리 지방자치제가 어느덧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큰 간격을 보이고 있다.  

부평구 의회는 지난 12일 5대 전반기 의회를 개원하고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개원 첫 날부터 파행의 길을 걸은 의회에 대한 구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들은 내부 경선을 통해 선출된 3선의 이언기 의원을 의장으로 지지했지만, 예상 외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3선의 권상철 의원이 1표차로 의장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11, 열린우리당 7, 민주노동당 1이라는 의석수를 놓고 볼 때, 또한 입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교황식 선출 방식을 놓고 볼 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석에 한나라당 이탈표가 있어야 가능한 결과이다.

내부 단속을 못해 의장직을 놓친 한나라당은 이에 위기의식이든 화풀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다수당의 위력을 발휘해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간사, 의회운영위를 독식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반당적’ 행위를 일삼은 권 의장을 출당 조치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의회의 이번 원구성에서 수혜자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당을 떠나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차지한 초선의원들이 수혜자라면 수혜자일 것이다. 그러면 피해자는 누구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악수를 둬, 진 싸움을 한 열린우리당이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최대 피해자는 바로 다수의 구민이다.

의장이 의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 예상되고 있고, 반쪽짜리 의회 운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불신과 갈등이라는 후유증은 의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감시에 걸림돌이 되고, 이 영향은 구민들에게 미치기 마련이다.

“특정 정당이 의회를 독식했다” “특정 정당이 물밑 협상 과정에서의 약속을 저버리고 뒤통수를 쳤다”는 갑론을박이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구민들은 자신이 이 갑론을박 싸움에 빠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갑론을박 싸움이 지속되는 기간만큼 구민의 외면은 커질 것이다.  

부평구 의회가 국민의 의견과 상관없이 당론에 따르고 정책의 타당성이나 합리적 결과보다는 ‘패거리 집단’의 이익 수호에 몰두하는 국회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구민의 기대를 송두리채 짓밟은 행위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5대 의회는 이제 첫발을 뗐다. 아직 가야할 길이 4년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뀄으면 다시 풀어 맞추는 것이 최선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첫 맘으로 결과에 승복하고, 의원 상호간의 대화, 발전적 비판과 투쟁(?)을 통해 부평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의회에 있음을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각 정당은 정당공천제 도입이 기초의회의 ‘책임정치’를 의미함을 되새기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