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기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 예정인 인사들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실수”라며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용감하게도 속내를 털어 놓았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제도인 ‘케어맘(Care Mam)’ 정책 설명 중 “‘노는’ 엄마들에 대해선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 후보의 최 의원 두둔 발언은 사실 최 의원 의원직 사퇴 찬반투표에서 보여줬던 여야를 넘어선 남성의원 연대로 이미 대부분의 남성 정치인들의 속내가 진 후보와 같다는 것을 드러냈으니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아마 이번 선거에 출마한 남성 후보들 중에도 진 후보와 같은 생각을 가진 후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다만, ‘표’를 의식해 발설하지 않을 뿐이지.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김 후보의 ‘노는 엄마’ 발언이었다. 여성들의 표를 얻겠다고 발표한 정책 설명 중에 무의식적으로 흘러 나왔을 ‘노는 엄마’라는 표현은 김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는 전업주부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밥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고 가족들을 보살피는 가사노동은 그 강도와 가치에 비해 언제나 폄하돼 왔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라. ‘노는 엄마’의 가사노동 없이 사회노동이 존재할 수 있는가? 거기다 하고 뒤돌아서면 다시 또 똑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노동의 지루함과 강도는 여느 3D업종에 뒤지지 않는다.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
단지 월급명세서에 액수가 찍혀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육아와 살림을 ‘논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


한쪽에서는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주부의 법적·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반영시키라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도지사 후보라는 인물의 입에서는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는 노는 엄마”라는 소리가 버젓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펼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이번 5·31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특히 여성유권자들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여성을 성추행하고도 ‘실수’라고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없는지, 여성의 육아와 살림을 그저 ‘노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후보들의 머리 속까지 샅샅이 들춰보고 선택하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


겉으로는 굽신거리며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들이 속으로는 ‘집에서 노는 아줌마가 어딜…’ 하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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