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기자

지난 6일부터 서울의 한 극장에서는 여성들의 영화잔치가 열렸다. 제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한 것이다. 개막식 입장권은 판매 즉시 매진돼 비록 개막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주말을 이용해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여성영화와 우리나라 여성영화, 중·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었다.

여성영화라는 것이 딱히 분류될 수 있는 장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성영화제에서 만나는 영화는 평소 상업극장에서 만나는 영화와는 다른, 신선한 감동을 준다.
특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가족, 결혼, 연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에서, 서울여성국제영화제는 여성인 나를 성숙시키는 1년 주기 영양제인 셈이다.

물론, 여성영화제의 신선한 감동과 새로운 충격을 얻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쉽지만은 않은 발품을 팔아야 하기에 매번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작년 부평의 대한극장에서 처음으로 열린 인천여성영화제는, 비록 상영작 편수나 시설, 방문객 등 모든 수준이 ‘서울’의 ‘국제’영화제에 비길 바는 못 됐지만, 내게 축복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한자리에서 여성영화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영화를 가지고 여성들과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살면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문화의 불모지 인천’이란 얘기다. 비록 사흘 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작년에 경험한 인천여성영화제에는 평소 접하기는 어려웠지만 나의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있어 문화적으로 배가 불렀던 충족감이 있었다. 더구나 여성영화를 통해 만난 다양한 처지의 여성들과 함께 그 느낌을 나누는 시간은 어떤 비싼 관람료를 치르고 보는 고급 공연보다 값진 것이었다.

주말 동안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포식하면서, 나는 올 초여름이면 다시 만나게 될 인천여성영화제가 기다려졌다. 그곳에서 만날 새로운 영화와 영화인들, 무엇보다도 영화를 통해 다시 발견하게 될 여성인 ‘나’와 ‘우리’들을 만날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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