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해 존재하는 어린이도서관이다

지난 10일 드디어 부평 기적의도서관이 개관했다. 부평에도 ‘어린이도서관’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공립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물론, 작은 어린이도서관들이 동네마다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필요성과 의미를 이렇게 대중적으로 공감하게 된 것은 기적의도서관 덕이 크다. 앞으로 부평 기적의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이 있는 부개3동뿐 아니라 부평 전체 어린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기적의도서관 개관은 누구보다도 우리 구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기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기적의도서관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도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얼마나 기꺼이 책과 놀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모든 사업의 방향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개관 기념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 식후행사까지 전부 더해서 1시간 30분을 훌쩍 넘겼다.
개관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작 기적의도서관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은 내빈석을 가득 채운, 부평 기적의도서관이 있기까지 애써준 어른들의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 고개를 빼고 기다리며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기적의도서관 양쪽 출입구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 속에도 언제 도서관 문을 열어줄까 기다리는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요즘은 학교나 관공서의 행사들도 형식적인 인사말이나 시상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참석하는 대중들의 구미에 맞게 행사의 형식을 파괴하는 것이 대세라는데,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 개관 행사는 여느 관공서 행사나 다름없이, 오히려 더욱 길고 반복되는 공치사로 채워졌다. 개관행사에서 유일하게 어린이가 무대의 주인공이 된 순간은 두 남녀 어린이가 도서관에 대한 시를 낭송할 때밖에 없었다. 그것도 객석을 차지한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해 존재하는 어린이도서관이다. 누구누구의 치적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이 도서관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잊는다면, 기적의도서관은 10일 개관행사처럼 어른들만의 잔치로, 기적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시설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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