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주의에 눈먼 부평구와 의회

88개 기초자치단체는 자기 일이 아닌 것을 할 일이 없어 하고 있는 것인가
낭비되는 예산 절감해 급식지원 예산 확보하려는 노력은 왜 하지 않는가


학교급식이 교육으로 도입된 지 10여 년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10년에서 12년 동안 학교급식을 통해 하루 한 끼 이상을 먹게 된다. 학교급식이 우리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로 제공돼야 함은 물론이고, 위생적인 시설로 균형 잡힌 식단이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로서, 국민으로서 갖는 당연한 바람이다.
아토피와 천식, 중금속 오염 등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먹거리는 바로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바람은 더욱 절실하다.
건강한 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젠가 생명을 잉태해야 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두 딸에게 젖을 먹이고 우리 농산물을 먹이며 바쁜 출근 시간에도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뿌듯하고 행복하다.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급식 관계자나 교사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올바른 학교급식은 성장기 자녀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편식의 교정, 책임감, 질서 등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환경 친화적인 식재료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배우게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 사회운동의 기본이 된다.
그러나 질 낮은 급식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갖게 돼 교육적으로도 비효과적이고 이는 국가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다. 때문에 값싼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급식을 민간업자에 맡기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얼마 전 부평구급식지원조례제정을 위한 청원서명을 하면서 구와 의회가 당연히 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미 88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하고 실행하고 있는 조례를 우리 구 의회에서 부결시켰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실망했다. 게다가 급식을 우리 농산물로 제공하게 되면 우리 농촌을 살리는 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에 가슴은 더욱 아팠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이고 국가의 미래도 희망으로 이끌어 가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진대, 그것이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저촉되지 않음을 이미 많은 주민들이 숙지하고 있어 구청장과 의원들이 설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의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구청장은 조례안을 제출하며 학교급식지원은 구청장의 사무가 아니라며 조례제정에 부정적 의견을 주로 첨부했다. 또 어떤 의원은 집에서 못 먹이는 우리 농산물을 급식을 통해 한 끼 제공한다고 달라지는 게 뭐냐고 말했다. 또 어떤 의원은 구 예산이 넉넉지 않을 뿐 아니라 예산을 지원해도 수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주 미비해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미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는 88개 자치단체는 자기 일이 아닌 것을 할 일이 없어 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당장 모든 학생들에게 충분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실효성이 없다면 구에서 예산을 들여 벌이는 행정이 당장 모든 구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단 말인가.
취지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확대할 것인지, 따르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개선해 갈 것인지에 고민과 연구가 집중되는 것이 이치다. 행정을 펼치면서 이곳저곳에서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해 급식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왜 하지 않는가.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이들이 1만4천명이라는 주민 다수의 뜻을 그렇게 쉽게 저버린 것은 긍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배제한 행정적 어려움만을 잣대로 재단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구민의 뜻을 져버리는 행정은 구민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없게 하고, 이러한 부정적 흐름은 구민들이 자치단체와 의회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출석의원 7명 전원이 반대했다는 우리 구의 현실이 서러울 뿐이다. 행정편의주의에 눈먼 부평구와 의회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급식조례 제정을 여기서 포기하고 접는다면 서러움보다 더 무서운 절망에 빠져들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희망의 내일을 떠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구와 의회는 의원들이 발의하지 못한 조례안을 주민의 힘으로 발의한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이윤수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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