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신문 창간 2주년에 부쳐

“숲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아이디가 서로 열려 있고, 소통하며 함께 한다. 큰 나무든 작은 풀꽃이든, 기생하든 공생하든, 존재함으로써 존재가치가 있다”
<숲 해설가> 유영초의 말이다. 그러나 어찌 숲만의 일이겠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이야말로 존재함으로써 그 가치가 있다. 무엇을 가지고 어떤 양식의 삶을 구가하든, 그리고 어느 곳에 살든지 존재함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평신문의 ‘꿈’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길을 찾아 헤맨다. 암흑의 시대에는 작은 불빛을 만나 그것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있었으며, 때론 시대를 앞서간 선지자들의 처절한 고독이 역사를 물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길을 더불어 찾아 가야 한다.
우리 이제는 거대한 일송정이 가리키는 위대한 길을 찾지 말자. 이 시대의 혼란을 단칼에, 한발의 총성으로 정리해줄 그런 무서운 지도자를 더 이상 불러내려 하지 말자. 21세기의 주인은 다름 아닌 모든 ‘나’임을 스스로에게 묻고 ‘우리’와 소통하자. 이것이 부평신문의 정신이며, 원칙이다.
우리의 삶은 구체적이라 때론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발붙인 구체의 공간에서 성찰할 줄 알고, 그 힘으로 꿈을 키운다. 부평신문은 부평의 삶에 천착(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지리멸렬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부평이 원하는 말이고, 가치라고 판단되는 한 거대한 추상의 뒷면을 밀도 깊게 살펴볼 것이다. 그 속에 시대를 숨쉬는 시민으로서의 부평 주민들의 삶과 깊은 마주침이 있을 것이다.
부평신문은 보잘 것 없는 지역신문이다. 공권력을 매수하고 사회적 의제를 독점해 시민을 눈멀게 하는 재벌, 유력언론들이 설쳐대는 이런 세상에 부평신문의 외침은 57만 구민들을 향해 밀려가는 작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런 신문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미치지 않은 ‘꿈’이 있었던가?
두려운 것은 광폭하게 우리의 삶을 압박해오는 그런 거대 추상과 거대 권력이 아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 없이 그저 울림으로 사라져버릴 메아리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부평신문은 부평시민의 질책과 성원으로 항해하는 시민의 신문이다. 주인 잃은 언론은 항로 잃은 배와 다를 바 없다.

부평신문은 얼마 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해 올해 처음 시행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됐다. 인천의 주간지로는 유일한 선정이었으며, 이는 언론사로서의 개혁성과 건강성이 인정되었음을 뜻한다. 이로 인해 부평신문의 험난한 여정은 중단될 수 없는 역사적, 사회적 책무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부평신문은 부평이 진정한 주인들의 도시가 되는 꿈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부평시민들은 자신의 소리를 대변하는 정확한 언론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 부평신문이 그 역할을 자임하기에 부족함이 있다면 질책하고 격려해, 시민의 도구로 활용해주기 바란다.
부평신문의 존재가치는 시민사회의 공적 도구로서 운명 지워졌으며, 그 주체는 신문사주, 기자들이 아니라 부평시민인 것이다
지역신문 2년의 여정은 고단했다. 막강한 자본을 가진 사주도 없었고, 신문사에 걸맞는 마당발이 있어 그가 만들어내는 넓은 인맥도 없었다. 각박한 살림살이 걱정에도 시간이 모자란 가난한 시민들의 호주머니 돈이 전부였고, 그저 이 작은 신문이 우리의 진정한 벗이 될 거라는 단순하고, 용감한 믿음으로 주위를 엮어내는 그런 수공으로 만든 인간망이 전부였다.
그 작은 마음들을 에너지 삼아 땀을 빼는 기자들과 직원들의 밤잠 설치는 나날들이 우리가 가진 전 재산이었다. 이들 자산은 여전히 부평신문을 움직이는 핵심적 원천이다. 부평신문은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질적 비약을 이루어낼 것을 다짐한다.

인태연·  (주)부평신문사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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