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 97%가 현행법에 근거 없이 진행

최근 많은 사람들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것이다. 그러나 현 형사소송법상의 수사 시스템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수사권 조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다수가 잘 모르고 있다.
‘수사’라는 것은 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핵심작용이기 때문에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수사’ 작용을 형사소송법 195조부터 245조까지에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된 조항 중 수사의 일반적인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195조와 196조의 개정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195조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196조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리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수사의 권한과 책임은 검사에게만 있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범죄사건의 97%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범죄수사 중 97%는 위 형사소송법에 비춰볼 때 법률에 근거가 없는 수사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어떤 이들은 196조의 규정을 들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일반 근거조항조차 없는 상황에서 196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은 수사 전에 반드시 검찰의 지휘가 있어야만 경찰에게 수사권한이 발생한다는 것이기에 급박하게 돌아가는 실제상황에서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기다릴 수 있냐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또한 범죄수사의 97%를 행하고 있는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아니고 3%의 수사를 하고 공소 유지가 기본 업무인 검찰이 수사의 주체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기관이 ‘수사권 조정’ 반대를 말하며 제시하는 논리의 허구성을 살펴보면 첫째, ‘수사권 조정’이 되면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수사권 조정’이 되어도 현행과 같이 검찰에서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 종결권, 영장청구권, 보완수사 요구권 등 변함 없는 권한의 행사를 통해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게 된다. 이외에도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 등 정보 수단의 발달과 시민단체의 성장은 과거보다 더욱 효율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인권침해 우려를 제시한다. 하지만 경찰의 경우 위의 예와 같이 많은 통제장치가 존재하고 있는 반면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경우는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어 현재의 수사구조상 인권침해의 우려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직원 100명당 검찰수사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률이 경찰 수사보다 약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국가인권위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인권침해를 우려한다면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해 검찰이 수사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적인 입장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경찰에 수사권이 주어질 경우 경찰권의 비대화를 우려한다. 경찰이 주장하고 있는 ‘수사권 조정’은 현실에서 법적인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수사의 비현실성을 현실에 맞게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되어도 경찰에게 새로운 권한이 생기는 것이 아님은 물론 검사의 수사권 역시 그대로 유지되면서 위에서 든 예와 같이 경찰 수사는 여전히 검찰에 의한 통제와 시민단체 등에 더욱 통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경찰 권한이 비대화된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해방 후 현재까지 검찰권의 비대화는 그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있다. 향후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심각성은 더욱 심해질 우려가 큰 것이다.
올해는 경찰 창립 60주년이다. 과거 경찰 행정이 치안질서에 편중되어 일부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검찰 역시 이 부분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어쩌면 군사정부시절 비대하게 권한을 키워온 검찰의 역사로 볼 때 경찰 이상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얼마전 모 경제신문에서 실시한 국가 만족도 평가에서 치안·방범 분야가 국가의 다른 모든 분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경찰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경찰의 주체적인 수사권을 우리나라만은 안 된다고 부정하거나 60여 년 동안 기득권을 지켜온 일부 기관에서 우리만이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해묵은 논리를 들어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재영·부평경찰서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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