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부평문화원에서 거행된 부평사편찬위원회 현판식과 함께 인천광역시 부평구 구사(이하 부평사) 편찬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7년 6월까지를 기한으로 진행되는 부평사 편찬사업은 부평구 구사의 발간과 더불어 앞으로의 부평 지역사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무리 없이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평사가 하나의 역사서로서 부평사람들에게 어떻게 자리 매김 되어야 할 지, 그 사서로서의 성격에 대해 우선 고민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부평사는 부평지역의 원형을 담아내는 통사가 되어야 한다.
부평사 편찬사업은 부평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고 오늘날 부평구의 발전 및 변천을 체계적으로 정리, 편찬한다는 목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부평사가 다루게 될 역사적 공간이 행정구역의 경계선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구의 경계를 넘어서 인천의 또 하나의 문화권인 부평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통사류의 저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공간의 확대는 희미하게 채색된 부평지역의 그림판에 분명한 색깔을 입혀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겠다.
주지하다시피 인천광역시는 1995년 행정구역의 개편과 함께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 김포군 일부가 포함돼 현재 8개 구, 2개 군의 행정구역으로 편성돼 있는 지역이다. 이 중 강화군과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을 한쪽으로 밀어놓아 둔다면, 인천광역시를 구성하고 있는 8개 구는 대개 조선시대까지 인천도호부의 읍치였던 원인천(原仁川)지역과 부평도호부의 읍치였던 부평지역이라는 두 개의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지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인천지역은 남구, 남동구, 중구, 동구, 연수구에 해당되며, 부평지역은 부평구, 계양구, 서구로 분류된다.
1883년 인천이 개항되는 것과 동시에 이들 두 지역은 모두 제물포라는 신도시의 기획과 함께 역사의 뒷면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 때까지 각기 독립적인 문화권을 형성하며 정치, 경제, 생활 공간의 축을 이루고 있던 원인천지역과 부평지역은 근대 도시의 실험장이었던 개항장 제물포에 문화적 주도권을 빼앗겨 버리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지역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역사라는 학문분야가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 인천지역사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사가 다루고 있는 대상도 개항장 내지는 문학산을 중심으로 한 전통시대 인천의 모습에 관심의 대부분이 몰려있고, 계양산을 중심으로 한 부평문화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인천 속의 부평은 존재하되, 부평이 갖고 있는 지역문화권으로서의 실체는 존재감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부평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바로 부평지역이 잃어버린 본래의 색깔을 분명히 되찾아 주어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새롭게 편찬되는 부평사 역시 인천 속에서 전개돼 온 지역 발전의 통계 수치와 현황 나열에만 그치고 마는 백서류의 저술에 그치고 말 위험이 있다.
또한, 부평사는 현재 부평지역에 발을 딛고 사는 부평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역사서가 되어야 한다.
부평지역을 다룬 최근의 통사류 저술로 ‘부평사’(부평구청, 1997)와 ‘桂陽史’(계양구, 2001) 등의 구사(區史)류 저서들이 있으며, 인천지역을 다룬 통사류 저술로는 ‘인천광역시사’(인천광역시, 2002)가 있다.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된 이들 저서들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지역 민들의 삶이 아닌가 한다. 과거의 영광이 아무리 화려했다 해도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민들의 삶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부평사 편찬사업은 기존의 통사류 저술들이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부평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현재 부평사람들의 모습을 있게 한 과거를 추적해갈 때,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 채워진 간행물이 아닌 색깔 있는 역사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부평사가 찾아내고 담아내야 할 역사의 모습이 되어야만 한다.

 

 

 

김현석·부평사편찬위원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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