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부터 21일까지 북녘의 관문인 남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방문 목적은 북녘어린이 영양빵공장 사업본부에서 제작한 빵 기계 설비를 북녘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남쪽에서 제작한 기계설비는 인천항을 출발해 꼬박 24시간이 걸려서야 남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육로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분단의 세월만큼 긴 시간을 돌아서 도착한 셈이다.

네 번째 방북이었지만 북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북녘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설레기보다는 다소 긴장됐다. 북녘의 동포들이 어떻게 대해 줄지도 은근히 걱정됐다. 그러나 우리를 맞아준 북녘의 동포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이전에 비해서 활기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었다. 정치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처지여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북녘의 동포들은 높은 민족적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핵무기 보유가 어디까지나 누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족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조심스럽게 남쪽 동포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물었지만 대답해 줄 내용이 별로 없었다.
남쪽에 돌아와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아들놈에게 “북이 핵무기가 있다고 선언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놈의 대답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북은 핵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 공식선언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하게 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제 북이 핵무기가 있다고 선언한 이상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공격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사 문제에 워낙 유별난 아들놈이지만 이런 대답 앞에는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북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남쪽의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언론들의 호들갑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 네티즌 60%이상이 북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또한 북의 핵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국민 80%가 북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이번 북의 핵무기 보유선언에 대해 일본 국민 90%가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북의 핵무기보유 선언이 있은 후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70%이상이 북을 공격하는 것보다 ‘북미간에 불가침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북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우리 국민보다는 주변 강대국이 심각하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북의 핵무기가 남쪽을 겨냥하기보다는 주변 강대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여론조사이다. 

북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남북 당국간의 문제로 민간부문에서의 남북교류마저 경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민간부문에서의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 교착상태의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민간부문에서는 남과 북 우리민족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민족이 미래를 살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민족의 미래를 함께 키우는 참된 어머니의 마음으로 3월 8일 첫 생산을 앞두고 있는 북녘 어린이 영양빵 공장건립 사업은 북의 핵 선언으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남북관계를 허물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준비하는 자랑스런 일임을 확인하게 된다.

 

 

박길상·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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