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집단에 의해 98%의 선량한 힘이 강요당하는 이 사회에서 천성산이 한 운명으로 제게 다가왔고 저는 새털과 같이 가벼운 그들의 목소리보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 잠겨있던 산의 침묵 때문에 산의 울음소리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저들이 가진 98%의 힘 때문에 제가 가진 2%의 선량한 생각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이 땅이 더 이상 죽임이 아니라 인간과 뭇 생명이 공존하기를 바라며 현재 100일 가까이 단식을 하고 있는 지율스님의 이야기다.
스님은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병들어 가는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통제되지 않는 권력, 자본 만능주의 사상이 뿌리내리고 있는 이 사회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라고.
속세의 이(利)를 버리고 수행을 하는 비구니 스님의 이 한마디가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에 놓여있는지를 정확히 보고 있는 그의 말에 나는 곱씹으며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처음에는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하다가 단식 날짜가 늘어나고 스님이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자 언론은 그때서야 몰려왔다. 3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천성산 관통 구간을 백지화할 것을 공약으로 약속했던 노무현 정부는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초조한 행동을 시작했다. 당시 눈앞에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니 약속을 하고 뒤돌아 서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팽해 버렸으니 그 후과가 두렵기는 했나보다.
불가(佛家)에 “달을 보라고 달쪽을 향해 손짓을 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본다”는 말이 있다. 스님은 나한테 관심 두지 말고 제발 죽어 가는 환경과 생명에 눈을 돌려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언론과 권력은 한 수행자가 이 절망적인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지율스님의 문제를 대하면서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진보운동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권력의 모순에 저항하고, 인간이 외면되는 자본 만능의 사회에 대항해 싸우지 않으면 우리 역시 대안일 수 없다. 그래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잃지 않고 외롭게 싸우던 그의 말과 행동에 진심으로 귀기울여 함께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의 자성이어야 하며, 일부 환경운동 단체의 외면과 타협 또한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지율의 삶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다시 되돌리는 것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그러나 그가 다시 절망으로 쓰러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깊은 어두움의 질곡으로 빠져들 것이다.

 

한상욱·민주노동당 부평갑지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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