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헌재의 결정은 시민의 힘의 향배와 관련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사람들은 그 논리의 복잡성에 대해, 그 모호함에 대해 우선 어리둥절해졌다.
관습헌법이니 성문헌법이니 하는 헌법논리를 몰랐던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어쩌면 대단한 법리를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경국대전까지 끌어다 맞춘 관습논리는 억지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대기준을 고려시대로 늘려 잡으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는가?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현재로선 가장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선언하면 모든 것이 중단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그리고 이런 사례가 어떤 범위까지 적용될 수 있는가?
자칫 해방이후의 극우적 ‘관습’들을 적용해 모든 반민주적인 악법마저 관습의 울타리로 집어 넣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의문들은 머리 속 파란에 지나지 않는다. 사법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 의외로 헌재의 결정이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해방이후부터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사법부는 독립된 기구라기보다는 권력의 뒤나 치우는 하수인이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판검사들이 자신들의 보위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그들이 민주인사들에게 들씌운 판결만으로도 충분히 검증되는 바다.
반면 재벌들의 탈세, 정치인들의 검은 돈, 사학재단의 부패, 정보기관의 사찰과 인권탄압 등 시대를 짓누르고 시민의 고통을 담보로 배를 채워온 무수한 권력자들에게 사법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던가?
1심 도중에 지병악화로 불구속 기소, 2심 도중에 국가유공의 흔적을 억지로 끌어내어 집행유예, 적절한 법규정이 없어 처벌하기 어려워 석방….
그들은 권력, 금력자들에게 이처럼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가장 큰 핑계로 처벌규정 미비를 들곤 했다. 그런데 법리적 창의력 없이, 이들에 대한 가능한 유권해석을 일체 포기했던 그 사람들이 이번 수도이전에 관한 법 해석에서는 6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진취적 창의력’을 발휘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부결시킬 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공정했다고 기억한다면 그 또한 순진한 생각이다. 당시 헌재는 노무현 정권의 행태에 대한 못마땅함을 판결문 속에 표현해내고자 무진 애를 썼다. 물론 판결은 탄핵부결이었다.
결론적으로 헌재의 결정은 시민의 힘의 향배와 관련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당시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폭력적 탄핵시도에 대해 그토록 분노하지 않았다면, 헌재의  판결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탄핵 당시나 이번 위헌 판결이나 헌재 결정의 본질은 법리적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이즈음 권력의 부침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의 예민한 후각을 작동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보수성을 화려한 법복 속에 감춘 채 시민들의 무관심과 정권의 안일함에 일타를 가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런 헌재의 오만함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경국대전과 함께 그들의 판결문이 나란히 전시될 것이다.

한편으로 여당은 이제 스스로의 정치력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해야한다. 자신들의 정책과 논리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국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고로운 절차를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다.
물론 여당은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서로 민주적으로 합의한 사안을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조변석개하듯 입장을 바꾸고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이 나라를 망친다고 떠들어댔으니, 일의 순서를 아는 사람은 일단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비난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정당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하는 집권여당의 정치력이 이처럼 무력한 것에 대한 시민의 실망감은 어찌 달랠 것인가? 혹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라는 힘과 다수당이라는 권력현상에 매몰되어 국민설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오만함에 빠진 것은 아닐까?
진실을 ‘색깔’의 단순함으로 먹칠하거나 ‘관습’의 복잡함으로 얽어매는 보수세력의 선동적 논리와 권력의 다양한 ‘오만’의 늪에서 시민사회가 더 이상 허우적거릴 수는 없다.

 

 

 

 

 

 

 

 

  인태연·부평신문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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