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에는

 

 

 

 

 

 

◀ 박길상·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40여일 동안 끌어오던 안상수 인천시장의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이 돈을 건넨 건설업체 사장이 구속되고, 안상수 시장이 불구속 입건되면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물론 앞으로도 안 시장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남아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안 시장에 대한 신병처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기소가 될 경우 오랫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결에 관계없이 안 시장이 남은 임기 동안 시정을 이끌어 가는데 이번 사건은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어찌됐든 이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는 아직도 기업과 권력간의 유착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 우리는 지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보면서 기업과 권력간의 유착관계와 검은 돈 거래가 완전히 청산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하기야 대선자금 수백억을 건넨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 솜방망이 사법 처벌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검은 돈 거래가 깨끗이 사라지기를 기대한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 솜방망이 사법 처벌이라도 받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이 핑계 저 핑계 끝에 길지 않은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보란듯이 거리를 활보하는 데야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둘째는 안 시장의 말 바꾸기를 보면서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단 부정하고, 증거가 드러나면 해명하는 정치인들의 전매특허는 이번에도 그 힘을 유감 없이 발휘함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안 시장 스스로 키웠다고 볼 수 있다. 2억원과 5천 달러를 인천시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언제, 누가, 왜 전달했는가를 말끔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함으로써 의혹을 키웠다. 돈이 전달 된 날짜에 대해 말을 바꾸더니, 돈을 전달한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전달한 사람이 밝혀지자 돈을 전달한 사람을 알고 있으며, 두 번 만났다고 해명했다. 나중에는 집 앞 호프집 등에서 세 번 만났다고 해명해 안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 시장이 처음부터 진실을 고백했다면 이번 사건은 그리 크게 확대될 사건이 아니었다.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인지도 모른다.        

 
셋째는 부패비리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는 버릇은 이번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한나라당, 인천시의회, 인천시, 인천지역의 기초단체장들이 안 시장을 비호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야당단체장 탄압’ 운운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했다. 기초단체장들은 지역현안 및 시정 차질을 이유로 사건 수사의 조기 종결을 요구했다. 인천시는 인천상공회의소 등에 수사 조기종결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사법기관이 수사를 하고 있는 이상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다. ‘탄압 운운’과 ‘수사 조기 종결 요구’는 수사 방해이고, 사법기관에 대한 압력이다.
부패비리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고, 비호하려는 정치인들의 버릇은 동종 업종의 종사자끼리 서로 보호하려는 의식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의 못된 버릇은 말로 고쳐지지 않는다. 부패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 그리고 엄한 처벌만이 그 버릇을 고칠 수 있다. 돈 받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돈을 준 기업인에 대해서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돈 로비를 한 기업은 일정 기간 동안 관급공사 응찰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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