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동·경인일보 정치경제부 차장

 

 

지난 16일 점잖아야 할 인천시의회가 쓰레기 난장판이 됐다. 예결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의원들끼리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의회의 꼴불견을 지켜보다 못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회 정문 앞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날 퍼포먼스가 상징하는 메시지는 ‘에라, 이 쓰레기보다도 못한 인간들아’로 받아들여진다.
쓰레기 대접을 받는 시의회 현실을 지켜보면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도 더욱 굳어지기만 한다. 시민들이 낸 혈세를 감시하라고 내세운 대리인들이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뒤통수를 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본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의원들의 예결위원 자리 싸움은 이권 다툼에 다름 아니다. 약 4조원에 이르는 인천시의 예산을 승인하는 예결위원 자리야말로 시의원들 사이에선 최고의 노른자위기 때문이다. 예산결산 기간이면 어김없이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 권한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더구나 2년 후 재선을 노려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에 생색내기 위한 좋은 먹이감이기도 하다.
시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은 시의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시의원 뱃지만 보면 애정보다 적대감이 가슴 한켠에서 스물거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시의회가 온갖 비리의 잡탕으로 치부 받는 세태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시의회가 이렇게 망가진 책임은 시민들의 몫도 크다. 지역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저질의 시의회를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문에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주민소환제가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선출직들에 대한 시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주민소환제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물론 선출직들의 교묘한 방해를 뚫고서 말이다.
쓰레기엔 재생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다. 지금 시의회의 부도덕성을 지켜보면서 재생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더 큰 것은 비단 나뿐만 아닐 게다. 그러나 시의회가 가지는 역할을 감안하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쓰레기를 재생해 시민사회를 윤택하게 만드는 씨알로 만드는 일은 시민들의 책임이다. 저질의 시의원들을 무대에서 끌어내리고 생산적인 시의회가 만들어지도록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평균 40%도 안 되는 투표율로 당선된 시의원들이 시민들을 배신하는 반 역사를 다시는 만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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