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의 오판이 불러온 인천외고 사태
학교장의 오판이 불러온 인천외고 사태
  • 부평신문
  • 승인 2004.12.0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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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보근석·전교조인천지부 사립동부지회장

 

 

전국시대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어느 날 중신들을 불러 주연을 베푼 자리에서 취흥(醉興)에 “술맛을 보지 않고 그냥 마시는 사람에게는 벌주를 한 잔 안기는 것이 어떻겠소?”라고 제의하자 모든 중신들이 찬성했다. 그런데 문후가 맨 먼저 그 규약을 어겼다. 그러자 주연을 주관하는 관리인 공손불인(公孫不仁)이 술을 가득 채운 큰 잔을 문후에게 바쳤다.
문후가 계속 그 잔을 받지 않자 공손불인은 이렇게 말했다. “전차복철(前車覆轍)은 후차지계(後車之戒)란 속담이 있사온데, 이는 전례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이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규약을 만들어 놓으시고 그 규약을 지키지 않는 전례를 남기신다면 누가 그 규약을 지키려 하겠나이까? 하오니, 이 잔을 받으시오소서” 문후는 공손불인의 말을 곧 수긍하고 그 잔을 받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공손불인을 중용했다고 한다.

지난 4월 24일, 집단행동 및 복종의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두 교사가 파면되면서 야기된 인천외고 사태는 130일이라는 장기간의 소요로 인해 학생들의 피해와 학교 구성원간의 갈등만 증폭시킨 가운데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1학기 정기고사를 마치면서 인천외고 사태는 해결의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지난 8월 26일 파면된 두 교사와 전교조 분회장인 이상발 교사의 전격적인 구속사태로 또다시 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특히 교육청이 학교법인인 신성학원에 요구한 ‘학교장 해임 권고안’에 대해 재단측은 인천외고 교장을 같은 재단내의 명신여고로 전보발령 조치함으로써 인천외고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졌다.

왜 인천외고 사태가 발생했고 장기화 되면서 해결되지 못하는가?
인천외고가 벌점제를 통한 학생징계, 유급제도 도입, 우열반 운영 등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세워놓고 차별대우를 한 사실은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정아무개 교사를 수업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해 최근 교육부 재심의위원회에서 구제된 경우에서 보듯이 학교장의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학사운영은 이미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고하고 있었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문제점을 지적하던 교사를 오히려 집단행동, 복종의무 위반 등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인천외고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 수밖에 없었다. 4개월 이상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파면철회’와 ‘학교장 퇴진’ 요구에 대해 재단과 학교장은 ‘접근금지 가처분’도 부족해 업무방해죄로 21명의 교사를 고발했고, 그 결과 현재 3명의 교사가 구속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학교는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사유재산이 될 수도 없다. 문후가 공손불인의 잔을 받아 스스로의 규약을 지킴으로써 나라가 안정될 수 있었듯이, 학교는 교육의 주인인 학생과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학교장의 철학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학교가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정반대의 방향으로 간다면 이미 그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인천외고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명신여고 교장으로 전보 조치된 전 외고 교장이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겨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늦게나마 인천외고, 더 나아가 인천교육의 위신을 높이는 길이다.
또한 현재 구속 수감된 세 교사의 석방과 파면 조치된 두 교사 및 직위 해제된 분회장의 원직복직이 이루어질 때, 인천외고는 한 단계 발전된 학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문후가 공손불인의 잔을 끝까지 거부했다면 위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천외고 전 교장이 처음부터 교사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더불어 함께 학교를 운영해 왔다면 현재 인천외고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