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거리에 ‘문화’를 만드는 ‘풍경소리’

먹을거리와 입을거리가 가득한, 부평에서 제일 번화한 문화의 거리. 문화의 거리에서 부평시장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면 번화한 상점들 사이에 눈에 띄게 단아한 간판이 보인다. 직접 붓으로 쓴 듯한 가게 이름이 ‘풍경소리’다. 가게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간판 앞에 달린 커다란 풍경. 바람이 지날 때마다 ‘댕그렁’하고 은은한 울림을 전하며 바삐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도대체 여기가 뭐 하는 곳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조선시대 유물로 보이는 사기그릇이며 고리짝, 일제시대 때 윤심덕의 노래를 들려줬을 듯한 커다란 축음기,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 나왔던 낡은 라디오… 골동품점인가 싶으면 최근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실력 있는 작가의 사진이 그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풍경소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가꿔나갈 미래가 담긴, 작지만 큰 문화공간이다. 물론, 가게에 있는 골동품들은 판매하는 것이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정암 스님과 정담화 대표는 물건을 팔기보다는 물건에 묻어 있는 옛사람의 역사와 사연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진열된 물건들은 대부분 정암 스님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수집해 온 골동품이다.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인이기도 한지라 사진가, 시인, 조각가, 화가 등 예술가들과 두루 친분이 있어 그들의 작품이 진열되기도 한다.
“문화의 거리라고 이름은 붙어 있지만 그저 청소년들이 놀러 오는 곳 정도지 문화는 없어요. 이곳에서 ‘풍경소리’가 옛 것을 둘러보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정암 스님의 바람대로 이곳에 오는 이들은 나이와 계층은 다양하지만 문화적으로 척박한 부평에서 작은 문화의 시간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다. 가게 2층의 전통찻집 ‘선다원’에서 정기적인 다도 강습을 여는 것도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문화는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생활입니다. 인천의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스님답지 않게(?)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면 제대로 된 탁배기 문화, 이야기가 있는 막걸리집을 열고 싶다는 정암 스님.
정암 스님의 바람대로 이곳 부평 문화의 거리에 은은한 우리 문화의 풍경소리가 울려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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