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3권 보장은 낡은 관습을 벗어내는 일”

 

 

 

 

 

이현주·경인여자대학 교수

 

 

 

 

 

 

1.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견해는?

공무원노조의 이번 파업은 우리나라의  낡은 관습문화에 대한 도전이다. 아직도 ‘근로자’와 ‘노동자’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노동자라 하면 왠지 불경하고 체제 도전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로 인해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에 관습의 저항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자기네 입으로 노동3권 보장을 약속했던 노무현정부가 지금에 와서 보장 못하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노무현 정권 역시 예전의 군사정권처럼 공무원을 정권유지의 수단과 도구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게 한다.

2. 정부와 언론은 정부의 공무원노조특별법안도 공무원노동자들에게는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나라는 노사 대화나 협상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아무리 합당한 요구를 해도 사용자 측은 절대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단체행동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어떠한 교섭권이나 단결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실례로 지하철노조의 파업을 보자. 파업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데 파업은 무조건 잘못된 일이고 노조를 나쁜 놈들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시민들이 당장은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한데 그걸 놓고 시민들이 싫어하고 노조가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사측은 아예 교섭에 임하지 않는다. 파업을 해야만 사용자는 교섭 자리에 나온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3. 이번 공무원 파업에 대해 정부여당은 예상 외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는 앞으로 정부여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강경 대응의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가?

정부와 여당은 노동진영이 국정을 이끌어갈 현재의 대안으로 다른 사람(정당 또는 세력)을 선택할 수 없고, 결국 노무현 정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노동진영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생각보다 더 많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예상보다 강경한 것은 예전의 군사정권이 아닌 ‘참여정부’의 합법적인 공권력 사용이라는 착각이 배경에 깔려 있으며, 이로 인해 성역인 성당 안까지 들어가 공무원노조 인천본부장을 연행하는 경악에 가까운 실망스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

4. 이번 공무원 총파업을 다룬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앙 수구언론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지역언론에서도 공무원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고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면서 ‘철밥통’인 공무원이 뭐 더 바랄게 있냐는 투였다.
한꺼번에 터지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기본이 되는 일을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가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데, 서로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군데 섞어서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종합부동산토지세 관련 법안의 경우 이해 관계자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데 국회에 어떻게 상정 하냐”며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소수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반면에, 꼭 필요한 국민들의 염원은 무시되는 슬픈 현실을 언론이 방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조합원 14만명 중 상당수가 원하는 노동3권 보장 요구를 무리한 요구로 매도하는 것이 유감스럽다.        

5. 국민여론은 공무원에게 파업권까지 보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나?

앞서 말했듯이 많은 국민들이 노동자와 근로자 개념을 놓고서도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던 막연한 잠재의식에 억압돼 있다.
내 자신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잠재의식으로 인해 단체행동권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사고하고 실례를 들면 그것이 불안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닌데, 아직까지 우리사회를 떠도는 망령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사고와 교육을 통해서만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공직사회 개혁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공무원노조의 과제이자, 몫이기도 하다.

6. 공무원노조는 출범부터 공직사회 개혁을 주요 구호로 내 걸었다. 그런데 ‘공직사회 개혁’이 국민들에게 아직은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개혁에 얼마나 역할을 했냐고 물으면, 노력을 했지만 단체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고 상명하복 조직질서로 인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지방토호세력이 개입해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공무원을 줄 세우고, 결국 대기발령 시켜 놓고 자기 사람을 앉히는 바람에 세금을 낭비하고 공직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 인천에서 실제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이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도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속에서는 바위에 계란 치기가 되고 만다. 공무원이 비리를 고발해도 오히려 처벌을 받는 등 전혀 보호받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 자정은 한계가 분명하다.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자기들이 움직이는데 자기네들이 판단하는 부분도 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층부의 비리를 막으려면 하위직 공무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7. 정부 여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 여당이 공무원노조의 파업에 강경 대응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이번 파업은 관습 문화를 바꿔나가는 도전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최근 수구세력의 관습헌법이라는 족쇄에 옭매이는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노무현 정부가 정말 참여정부를 바란다면 개혁에 참여 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야 한다. 하위직 공무원을 빼놓고, 그들의 머리는 쓰지 않고 손발만 움직이겠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로 공무원노조를 대한다면 예전 정권과 달라진 것이 뭐냐. 공직사회 개혁도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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