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채용박람회’ 규탄


“앞에서는 재래시장 육성을 외치면서 대형마트 홍보에 앞장서는 이중적인 부평구청을 규탄한다”

부평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롯데마트 삼산점 채용박람회가 개최되던 지난 9일 오후 1시,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한 지역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부평의 재래시장 상인들이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구청 앞에서 열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평지하상가·부평시장·부평문화의거리의 상인들과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관계자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는 중소상인들을 실직자로 내몰고, 또한 매출액을 본사로 올려 보내 지역의 부를 고갈시키며 나아가 대형마트의 독과점으로 인해 지역의 부가 역외로 유출돼 지역경제는 파탄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형마트 측에서는 대형마트 1개면 500여명이 일자리를 얻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저임금 위주의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다 보니 지역의 소득도 줄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대형마트 간 과도한 경쟁은 납품업체와 입점업체에게 추가적인 단가인하 압력을 행사케 하고, 상품독점을 위한 압력, 각종 이벤트 행사 비용 떠넘기기 등으로 이어져 상인뿐 아니라 납품업체도 신음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부평역 인근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김제현(49)씨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이직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 가게에 일하는 직원도 이미 삼산점으로 가기 위해 면접까지 봤다”며 “대부분 여성을 채용해 가게를 운영해 가고 있는데, 이미 우리 가게뿐 아니라 문화의거리·지하상가·1번가 거리 등 부평역 인근 가게에서 직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해부터 롯데마트 삼산점 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인들이 부평구가 롯데마트 측과 함께 채용박람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지역상인들 사이에서 롯데마트 반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인 롯데마트 삼산점을 포함해 부평에 롯데마트는 무려 3군데나 된다.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한상욱 위원장은 “부평구는 대형마트 채용박람회를 유치할 것이 아니라, 재리시장과 지역경제 침체를 가져올 대형마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관리 감독과 입점규제를 위한 조례를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평에는 롯데백화점부평점을 포함 대형마트가 6군데나 있다.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득인지 아니면 해인지 조명해볼 일이다.



대형마트 입점, 지역경제에 득인가?

중소유통업 매출감소로 일자리 오히려 감소…지역 물가도 상승



▲지난 9일 부평구청 7층에서 개최된 롯데마트 삼산점 채용박람회에 참가자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후 대형마트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지역의 중소유통업자와 납품 중소기업, 중소상인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전국 대형마트는 330개를 넘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신세계·롯데·이랜드·지에스 등 재벌기업들은 앞 다퉈 슈퍼슈퍼마켓을 만들어 동네 구멍가게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대형마트 특별구로 전락한 부평구에 올 12월 롯데마트 삼산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산동 신복사거리 앞에 문을 열 롯데마트 삼산점은 지하2층, 지상1층의 연면적 약 3만7690㎡(1만1400여평) 규모로 주변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부평구와 인천북부종합고용지원센터가 롯데마트와 더불어 지난 9일 구청에서 롯데마트 삼산점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지역 상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채용박람회 개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지역 상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부평시장상인회 이상복 총무는 “대형마트가 들어서게 되면 인근 갈산·삼산시장 뿐만 아니라 부평역까지 영향이 끼쳐 지역상권 붕괴가 불을 보듯 뻔한데 구청이 나서서 롯데마트를 돕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평문화의거리 김문곤 회장 역시 “재래시장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자면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하고 시장 이벤트도 지원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형마트를 지원하는 것은 구청이 말로만 활력 있는 경제부평을 외치는 꼴”이라며 “대형마트 하나 입점을 막는 것이 수억원에 달하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훨씬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잇단 대형마트 진출로 인해 우리 구 역시 재래시장을 비롯한 상가의 소상인들은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부평중앙지하상가(회장 김영훈)가 지난해 12월 서울디지털대학교 김영이 교수에게 의뢰해 실시한 부평중앙지하상가 상인 대상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인 83.9%가 아울렛 매장이 개장한 이후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대형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그리고 지역 소비자 물가 인하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가 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 1999부터 2003년까지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에서 대형마트 신규 입점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대형마트 면적이 10% 증가하면 물가는 약 0.3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형마트가 물류 효율화와 구매력 강화 등의 원가절감으로 지역물가를 하락시킨다는 속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대형마트의 고용인원은 1만8800명인데 비해 중소점포와 중소유통업계의 매출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일자리는 2만6800개로 나타나 대형마트 신설 때마다 500~700명의 순 고용창출효과가 있다는 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소유통업의 몰락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가 증가한 셈이며, 줄어든 일자리만큼 지역의 전체적인 소득 또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같은 시각 구청 앞 본관 1층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가한 지역 상인들이 부평구청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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