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의 서예 선생님 이창진

지난 9일 갈산2동 축제가 열리던 갈월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작은 전시회가 있었다. 직접 손으로 짠 병풍에 일필휘지로 내려 쓴 해서체. 여느 미술전시회에서나 볼 법한, 힘이 넘치는 서예작품이다.
축제에 온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이 전시회는 다름 아닌 이 동네 주민들의 작품이다. 주인공은 갈산2동 주민자치센터 서예교실 수강생들. 그들의 빛나는 실력 뒤에는 자치센터 서예교사 이창진 선생(70)이 있다.
고희의 나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단아한 외모에 조근조근한 말씨, 고운 몸 매무새가 딱 보기에도 예술을 하는 이처럼 보인다. 특히 정적인 예술, 균형과 조화의 예술인 서예를 하는 사람 특유의 그윽한 묵향기가 풍겨나는 듯하다.
이 선생이 이곳 갈산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서예강좌를 시작한 것은 3년 전. 그러나 이 선생이 서예를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28년 전이다.
젊은 시절 충남도청에서 공무원생활을 하다가 육아문제로 잠시 직장을 그만둔 뒤 집안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작했던 것이 바로 서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서예를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서예는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수련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어요. 한 글자 한 글자 정신을 집중해서 붓을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호흡이 되고 뇌가 맑아지면서 무아의 경지에 다다르죠. 예(藝) 선(禪)의 예술이 바로 서예입니다.”
서예의 멋에 푹 빠진 이 선생은 스승을 찾아 쫓아다니며 배울 정도의 열정으로 서예를 익혔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직접 서예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우연한 소개로 갈산2동 주민자치센터 서예교실과 만나게 됐지만, 이 선생이 서예교실 수강생에게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
“제게 작은 능력이라도 있다면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서예라는 아름다운 예술을 널리 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와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아름다움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빼어난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이 선생은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일까. 그의 묵향은 갈산2동 주민자치센터뿐 아니라 그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전해진다. 인하대 사회교육원 금빛봉사단 단원으로서 서예교실과 한문교실 강사 자원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서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이창진 선생.
그에게서 풍겨나는 그윽한 묵향이 동네를, 지역을 향기롭게 물들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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