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교육] 아이들의 생활이 있어야 ‘참글’이다
[함께 나누는 교육] 아이들의 생활이 있어야 ‘참글’이다
  • 이영주
  • 승인 2004.12.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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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글쓰기 교육 돌아보기

요즘은 창의력이다 논리력이다 해서 예전에 비해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피아노, 태권도, 영어 등 보편적인 사교육 외에 따로 글쓰기 과외를 시키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학습지 회사들도 독서, 논술 프로그램을 상품화시키고 있다.
이런 교육열풍에 힘입어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글쓰기 프로그램들 중 상당수가 판에 박힌 어른들의 글쓰기를 흉내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들의 표현력을 위해 글쓰기 교육을 시켰는데 획일적인 학습으로 오히려 아이들의 개성을 꺾어버리는 웃지 못할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느끼기 전에 분석하는 것을 배우는 아이들

글쓰기, 논술 교재들을 살펴보면 많은 문항들이 판에 박힌 표현을 답습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 상황인지를 묻는 문항의 경우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상상에 비추어 다양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재에서는 “나는 오늘 즐겁게 놀이기구를 탔습니다”만이 정답이다. 이렇듯 답이 있는 상황설명 문제는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억제해 글쓰기의 소재를 단조롭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또한 보습학원 등에서 실시하는 글쓰기, 논술 교육의 경우에도 아이들의 글에 교사들이 첨삭지도를 하게 되는데 교사들의 일방적인 첨삭이 아이들의 글맛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년 정도 어린이글쓰기를 지도해온 장수진 선생은 “물론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아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해 수식이 부족할 때에는 교사들이 지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점수 매기듯 하는 첨삭지도보다는 아이와 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 스스로 더욱 풍부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장 선생은 너무 어릴 때부터 전형적인 책들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책에 있는 글을 흉내내 개성 없는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운다는 책읽기 역시 얼마나 많이 읽느냐에 치우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생활이 담겨야 좋은 글

예전에는 글짓기대회에 나가면 상을 타는 글의 유형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교훈적인 내용이 있을 때 그 글은 반드시 상을 타곤 했다. 그래서 글짓기대회 수상작을 보면 서울에 사는 아이나 강원도 산골에 사는 아이나 내용과 표현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좋은글과 나쁜글의 판단 기준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른들 글쓰기를 흉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글쓰기 교육 풍토도 많이 변해서 이제는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상상력과 표현이 살아 있는 글들이 순위에 오른다.
그렇다면 올바른 글쓰기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어린이글쓰기 교육의 효시라 불릴 만한 고 이오덕 선생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 따르면 ‘아이들의 생활과 감정이 담긴 글이 좋은 글’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활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마당을 펼쳐주는 게 좋은 글쓰기 교육’이다.
장 선생은 “딱딱한 설명문 하나를 쓰더라도 어른들에게서 들은 내용, 책에서 본 내용만으로 글을 쓴다면 그것은 아이의 글이라 할 수 없다”며 “아이가 직접 보고 느낀 것에 기초해 다른 이에게 설명하는 글을 쓰는 것이 진짜 설명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글쓰기 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체험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동네에 있는 작은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의 책읽기뿐 아니라 글쓰기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체험과 연관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일신동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는 지난 달까지 어린이 독서교실을 진행하면서 고궁에도 가보고 박물관에도 가보는 등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글을 쓰는 훈련을 했다.

고등교육까지 10여년의 교육을 받고서도 글을 써보라고 하면 여전히 주저하게 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활이 없는 글쓰기 교육, 틀에 박힌 어른들의 생각을 베끼기하는 글쓰기 교육이 낳은 결과다.
말과 글은 원래 한몸이다. 자신이 평상시 말하듯 자유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글쓰기 교육이다.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글을 쓰려면, 값비싼 교재나 과외보다는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또한 제대로 된 교재나 글쓰기 교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먼저 ‘올바른 글쓰기 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 글쓰기 교육에 좋은 책들

 

[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이오덕 지음 / 도서출판 보리 ]

20년 전 고 이오덕 선생이 펴낸 어린이 글쓰기 교육의 고전. 절판됐다가 올해 10월 어린이전문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했다.


이오덕 선생이 오랜 기간동안 아이들의 글을 읽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깨달은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글쓰기가 단순히 어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삶을 확장하고, 올바른 생각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 갈래별 글쓰기 /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 지음 / 우리교육 ]

 

강승숙, 김명희, 김진문, 노미화, 이부영, 이승희, 이호철, 주순중, 주중식 선생님 등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이 각자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며 찾아낸 갈래별 글쓰기 교육 지침서.

서사문, 관찰기록문, 설명문, 사생문, 편지, 감상문, 시 등 갈래별 글쓰기의 특징과 주의사항 등이 꼼꼼히 기록돼 있다.

 

[ 살아있는 글쓰기 / 이호철 지음 / 도서출판 보리 ]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원으로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는 이호철 선생의 글쓰기 지침서.

이 책에 따르면 아이들 글이든 어른의 글이든 가장 좋은 글은 솔직한 글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할 때는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방법과 함께 아이의 글을 통해 아이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주기까지, 글쓰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