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규모(예산) 커지지만 프로그램은 제자리

풍물축제 정체성과 활로 찾기 과제


부평구축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평고유제로 시작해 3일 거리축제 ‘인천 만·만·세’로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2007 인천부평풍물대축제’에는 연인원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번 풍물축제는 예년보다 많은 시민들이 몰려 인천을 대표하는 풍물축제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하지만 풍물축제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부족과 질적 도약을 못하는 정체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풍물축제가 발전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 10년째 정체된 프로그램, 시민 참여 부족 여전

이번 풍물축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평대로 ‘부평역~부평시장역’ 구간을 통제하고 거리 축제가 진행됐다. 지난 2일과 3일 이곳에서는 부평삼산두레농악을 비롯한 각종 풍물경연대회와 풍물명인전, 풍물퍼레이드 등 흔치 않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 타이완, 코트디부아르 등 해외초청공연은 색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러한 볼거리에 비해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빈약했다는 평이다. 100m에 달하는 줄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화합의 장을 만들었던 ‘대동줄다리기’와 몇몇 체험마당 외에는 시민들에게 관객 이상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 풍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는 공간도 장비도 협소해 거의 이뤄지지 못했고, 거리 곳곳에서 열린 체험프로그램은 11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대표축제,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났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드러났다. 짚풀체험과 세계타악기체험 등 몇몇 프로그램에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참여해 즐거워했지만 도자체험과 목판화체험, 민화체험 등은 참가비가 있어 되레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축제에 참여했던 부평1동 주부 김아무개(41)씨는 “부평풍물축제는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에, 여기저기서 많은 것들을 진행하지만 마땅히 참여할 만한 것이 없다”며 “몇몇 프로그램을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고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화의 거리 앞 놀이마당에는 프로들의 공연으로 멋진 광경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시민과 아마추어들이 참여해 축제 속에 녹아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없어 아쉬웠다.

▶ 지역 상권과의 연계부족

부평풍물축제에 인파가 몰렸지만 주변 상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부평대로 가까이에 위치한 상점은 사람들이 몰려 많은 수익을 남겼지만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상점은 막힌 골목으로 인해 시민들이 다니지 못해 피해를 받았고, 중요 거점을 장악한 타 지역 노점상들이 축제기간에 물건을 비싸게 팔아 지역 노점상의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줬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밖에 문화의 거리, 1번가 상가, 재래시장 등 지역 상인들이 밀집돼 있는 곳에서는 풍물축제와 관련 어떠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지 않아 축제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해가 바뀔수록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발전하는 듯 보이지만 외부 노점들로 인해 지역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다”며 “막았던 부평대로와 골목길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개방해야하며 타지에서 오는 노점상들로 인한 지역 상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문곤 부평 문화의거리 발전추진위원회 회장도 “부평대로에서는 여러 행사가 진행되는 반면 문화의 거리, 1번가, 재래시장은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소외된 느낌”이라며 “내년부터는 축제 기획에 부평대로 주변 상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상인들도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호흡할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역 인프라 활용 미흡

부평풍물대축제가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의 풍물관련 문화인들의 역량을 축제 속에 녹여내야 하지만 현 풍물축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가지 예로 부평장날 퍼포먼스를 타 지역 D대학 연극영화과와 분장예술과 학생들이 진행한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부평장날 퍼포먼스를 진행한 학생들의 학교에 부평구축제위원회 관련자가 학장으로 재직했고, 또 다른 축제 위원이 출강하고 있는 점 외에는 타지역 학생들을 불러올 이유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이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는데 수백만원의 축제 예산이 지원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인천지역에도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타 지역 학생들에게 퍼포먼스를 맡긴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풍물축제를 인천에서부터 알리고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해가 바뀔수록 규모는 커지지만 아직 남사당놀이나 김포 통진 두레놀이 등 돈을 주고 타 지역에서 데려와 보여주는 이벤트 행사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며 “발전하는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점검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며, 무형문화재도 없는 부평에서 전통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른 장르라 할지라도 인천에 있는 문화역량을 총동원, 인천대표 축제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삼산두레농악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부평지역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몇몇은 외부에서 섭외해 진행됐기 때문이다. 부평풍물축제의 가장 큰 성과물인 동 풍물단도 있는데 굳이 예산을 들여가며 타 지역 사람들을 섭외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동 풍물단 관계자는 “실력 있는 사람을 데려와 공연을 선보이는 것 보다는 동 풍물단 실력을 키워 삼산두레농악에 참여시킬 수 있는 쪽으로 운영하는 것이 인프라 구축 등 풍물축제가 발전하는 길”이라며 “실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 실력 있는 강사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동 풍물단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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