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월 동안 떠돌이 신세, 교무실 청소 … 일부 교사 심부름 독차지
이미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 합격통지를 받아든 수시 합격생들은 등교를 해도 별다르게 할 일도 없으며,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오히려 눈치가 보인다.
이들을 학교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가하게 하는 대신 자기 할 일을 하게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예 도서실 등 독립된 공간에 몰아 넣고 알아서 하라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구 ㅅ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다른 친구들이 수업을 하는데 달리 할 만한 게 없다”며 “스포츠 신문도 아닌데 신문 보는 것도 제지당해 마땅히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 합격생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또한 일부 교사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교무실 청소며, 물 떠오라는 심부름 등 교사의 잡다한 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모의고사 후 문제를 풀고 문항을 분석하는 일도 이들에게 맡겨진다.
한 수시 합격생은 “처음엔 수시에 합격해 기쁘고 선생님을 돕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너무 한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며 “난색을 표명하면 ‘반항하지 말라’며 윽박지르기조차 한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이 학생은 하도 답답해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 봤다며, 서울시에서 수시 합격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컴퓨터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나 60명 정도밖에 수강하지 않고 있는 등 별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따라서 이들에게 다가올 대학생활과 사회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몇몇 대학에서 우수한 인력을 다른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학 예정자인 이들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외국어와 수학 등 강좌를 개설하거나 해외 연수 등을 실시하고 있다. 어떤 대학은 예비대학생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한정된 기간에만 진행돼 나머지 시간은 개인에게 맡겨진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오히려 방치되다 보니 정신적 공황에 빠지고 탈선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현행 입시제도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시 합격생을 위한 사회봉사활동 지원 등 학교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과 동시에 이들에게도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