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에서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은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여성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언제나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사랑에 목숨을 걸고 내면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집착한다. 혹은 정 반대로 지나치게 과장되게 남성화된 캐릭터로 왜곡돼 보여지기도 한다.
장애여성은 더욱 그렇다. 장애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도 드물지만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처럼 장애여성은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한 사회부적응 남성의 도피처, 혹은 욕망의 분출구가 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런 영화 현실에서 눈에 띄는 영화다.
이제 막 성인이 되는 길목에 들어선 두 남녀가 겪는 연애가 주된 줄거리인데, 여주인공 ‘조제’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그래서 할머니의 유모차에 실려다니는 장애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애여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으레 보여주던 장애여성의 모습(수동적이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뭔가 부족한)과는 다르다. 여주인공 ‘조제’는 강인함과, 제멋대로 굴 줄 아는 자만과 냉랭함과 쉽게 상처입는 여린 감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풍부한 캐릭터다. 그렇다고 조제가 가진 매력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장애인,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을 그럴듯하게 덮어버리지도 않는다. 조제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편견 덩어리 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애를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해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 이제 첫사랑을 겪고 첫 이별의 아픔을 지나는 젊은 남녀의 성장을 있는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장애여성의 성을 심하게 뒤틀어서 불쌍하게 만들어놓고 관객의 눈물을 쥐어짜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친구처럼 느끼게 하는, 보기 드문 차별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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